금융당국 등이 추진중인 기업공개제도 개선안은 대기업, 특히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들에게 증시 진입 문턱을 낮춰 기업공개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외자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던 최대주주 지분 제한에 융통성을 부여함으로써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세계적인 기업과의 합작을 도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상장요건 완화는 일부 대기업에게 특혜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기업 외자유치 등 자금조달에 청신호=기업이 신규 설비투자를 하고 세계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더구나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지만 국내 자금조달 시장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자금 조달 등을 통한 외자유치는 필수적이다.
최대주주 지분제한 규정에서 해외 파트너의 몫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즉 해외기업과 합작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최대주주 지분제한에 묶여 외자유치를 할 수 없는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부채비율 조건 완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재 다른 업종의 기업들보다 부채비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규정상 업종평균의 1.5배 미만으로 묶여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부채비율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 이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증시 물량부담 완화=지금까지 대기업이 기업공개를 할 경우 반드시 발행주식수의 10% 이상을 공모주로 할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증시에는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1조원 규모의 기업이 액면가 5,000원에 주식을 공개했을 경우 공모주로 나오는 물량은 약 2,000만주 이상이 된다. 따라서 이 물량이 유통물량으로 돌 경우 시장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모주가 적정 유통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발행물량이 많은 거대기업에게까지 10% 룰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는게 감독당국의 시각이다.
금감위 관계자가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기업에게 자산 500억원인 기업이 10%를 공모주로 배정하는 것과 똑 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 상장 촉진은 미지수=이번 개선안이 대기업들의 상장에 필요한 걸림돌을 상당부분 제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안이 원안대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기업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기존 상장요건을 충족시킴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의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도, 에버랜드 등은 주식 분산요건만 갖춘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있는데도 공개의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어 상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 거대기업에게 상대적 혜택을 부여했을 경우 형평성의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당국과 거래소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부채비율 완화 등은 일부에서 반대를 하고 있어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기 보다는 제도의 재정비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