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태초 질서도 제비뽑기서…

도박- 거다 리스 지음, 꿈엔들 펴냄<br>고대부터 현대까지 '도박'의 사회문화사


마감시간 직전 로또판매대에 늘어선 긴 줄에 머쓱거리며 끼어든 적이 있는가. 언젠가는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와 사행성 게임에 기웃거리는 자신에게 한숨진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만 하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안그렇지만 출발은 사뭇 도발적이다. ‘21세기를 사는 인간은 모두 도박자’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니까. 제목이 바로 ‘도박’. ‘로마제국에서 라스베가스까지 우연과 확률, 그리고 기회의 역사’라는 긴 부제가 딸려 있다. 영국 ‘필립 아브라함스’ 사회학상 수상작이다. 글고스고우 대학의 사회학과 인류학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도박의 역사를 신의 영역에서 찾는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순위과 영역을 정하고 이스라엘 12지파를 형성한 아브라함의 아들들이 제비를 뽑아 정착지를 배분하는 과정이 바로 제비뽑기. 태초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한 것이 도박이라는 행위였다는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그리스에서 잉카제국,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박이 퍼져 있었다는 점도 도박에 내재한 신성과 보편성 때문이다. 도박에 깔려 있는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신이 우연이라는 이름을 통해 내게 행운을 줄 것’이라는 잠재심리가 시공간의 구분없이 도박을 퍼드렸다는 것. 수학과 확률론, 통계학이 발달하며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풀려난 우연은 도박을 더욱 넓게 보급시켰다. 종류도 많아진 가운데 귀족의 도박과 행태, 서민의 도박에 대한 대목에서는 유럽의 근현대사를 압축해 들여보는 착각을 들게 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한쪽에서는 도박을 죄악으로 몰아부치는 한편으로 도박이 국가재정의 수단으로 활용됐던 과정도 흥미롭다. 의 3분의 2는 도박에 대한 사회문화사, 나머지는 도박의 형태와 발전과정으로 꾸려져 있다. 저자의 시각에 완전히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문의 한 대목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세상을 지배하는 원리가 필연이라면 당신에게는 기회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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