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화종금 사모CB 주식전환/금융기관 증자억제 정부방침과 정면배치

◎경영권 다툼 “법원 심판대로”/종금사론 사상 최초 특혜시비등 파장 클듯/박 회장 원인무효·의결권 행사금지소 제기한화종합금융이 기습적으로 제3자배정방식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자마자 전환사채중 상당물량을 주식으로 전환한 것은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을 통해 한화측이 경영권방어를 위해 보유지분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따라서 법적으로 전환주식의 의결권행사가 금지되지 않는한 오는 2월13일 한화종금의 임시주총에서 한화그룹측은 경영권 장악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화종금의 전환사채발행은 자본금이 늘어나는 증자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의 금융기관 증자억제 정책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여타 금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실제 국내 금융기관중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는 한화종금이 처음이어서 여타 종금사들에도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이 금융기관의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우호적인 제3자에 전환사채를 넘겨 자연스럽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늘리려는 목적이라는 것이 대다수 증권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4백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이는 한화종금 발행주식의 17.8%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화그룹과 박의송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측의 경영권 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만약 한화그룹과 박회장의 지분을 40%로 가정하면 주식전환 후 지분율이 각각 32.8%로 하락하게 되는데 전환된 주식을 한화측이 가져가게 될 경우 지분율은 50.67%로 늘어나 표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게 된다. 특히 한화종금이 발행한 전환사채는 전환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아 언제라도 주식전환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박회장측의 변호인측은 『발행 하루만에 주식을 전환한 것은 전환사채발행 목적이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주발행을 위해서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회장측은 『한화측이 마지막에 이 카드를 쓸 것으로 미리 예상했었다』면서 9일 사채발행 원인무효 및 전환주식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키로 했다. 특히 박회장측은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전까지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소송등의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청하면서 한화그룹의 전환사채 발행 속사정과 곧이은 주식전환 사례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한화종금의 전환사채 발행은 자본금이 늘어나는 증자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의 금융기관 증자억제 정책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와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기관중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는 한화종금이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따라서 다른 종금사나 은행들이 한화종금과 같은 방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증자를 할 경우 정부입장에서는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허용해줄 수밖에 없어 여타 종금사들에도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재경원이 지난해 마련한 증권제도개선방안에서 「상장회사가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유상증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되 공모전환사채 발행조건과 동일하게 발행해야 한다」고 규정해놓은 것도 유권해석상 시비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전환사채의 발행조건을 맞춰야 한다면 한화종금의 사모전환사채는 전환권 행사가 발행일로부터 6개월 이후에만 가능해져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지분확대라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재경원측은 『한화증권의 사모전환사채 발행은 현재 규정에 어긋나지만 강제적으로 효력을 무효화 시키거나 다른 조치를 내릴 근거가 불확실한 실정』이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법적인 공방전은 법원이 한화종금의 전환사채 발행을 순수한 자금조달로 보느냐 아니면 경영권방어를 위한 변칙적인 자금조달로 보느냐에 따라 한화그룹과 박회장측의 입장이 서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 차원으로 법원이 이해한다면 박회장측의 전환주식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판단하면 한화측의 마지막 카드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화종금의 전환사채 발행은 한화종금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에 결국 정부가 개입하게 되는 선례를 남기게 돼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국내 기업인수합병(M&A·Mergers&Acquisitions)시장 판도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정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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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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