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일본은행 총재 빨리 결정을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 전 총재의 뒤를 이을 차기 총재를 찾지 못해 어려움에 처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재무성 출신 다나미 고지(田波耕治)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에 반대했다. 사안이 긴박하지만 야당의 이번 결정은 정당하다. 재무성 출신 인사가 일본은행 총재에 오를 경우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는 거시 경제학자출신으로 시장에 강한 신뢰를 줄 수 있는 외부인사가 적임자일 수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재무성 차관 출신인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일본은행 부총재의 총재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음에도 또 재무성 출신인 다나미를 밀었다가 같은 운명을 맞았다. 참의원(상원)을 지배하고 있는 야당이 반대하는 후보를 임명하는 것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가 없는 한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다 총리가 두 번이나 질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의외다. 후쿠다 정부의 통치력은 이번 사태로 더욱 약해질 것이다. 후쿠다 총리의 결정은 무엇보다 관료주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은행과 같은 기관은 재무성 출신 고위 퇴직자들의 낙하산 자리였다. 하지만 재무성 출신 인사들이 일본은행에 자리를 잡을수록 금융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런 만큼 야당이 강한 총재를 요구하는 것은 옳다. 야당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와 와타나베 히로시(渡邊博史) 일본국제금융센터 특별고문 등을 적임자로 보고 있다. 보다 급진적인 대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앙은행의 수장을 맡기 위해서는 거시경제는 물론 시장 심리에 전문가여야 하며 국제 외교 등에도 비범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능력을 겸비한 경제학자나 충분한 경제 지식으로 무장한 관료를 찾기는 어렵다. 그간의 통상적 관례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 일본은행 총재로서 더 적합해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금리 변화는 없을 것이고 중요한 사안은 재무성에서 결정하면 된다며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약해지는 마당에 일본은행 총재 자리의 공석은 시장에 좋지 않은 메시지를 주게 된다. 일본 정부와 야당은 조속히 일본은행 총재 후보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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