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프로 결방 일쑤… "침체분위기 반전 무리수" 지적
MBC의 ‘월드컵 집착’이 도를 넘고 있다. 지상파 3사 공히 해당되는 문제지만, 특히 MBC의 경우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때문에 아무런 공지 없이 기존 프로그램을 결방하는 등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에서는 정규코너인 ‘검색대왕’이 아무런 공지 없이 결방됐다. 그 자리를 2002년 방송됐던 ‘이경규가 간다’ 하이라이트가 대신했다. 11일에는 ‘동안클럽’ 코너 대신 ‘이경규가…’가 방송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밤’ 시청자 게시판에선 제작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네티즌 김하미씨(id:DULLS)는 “아무런 공지 없이 정규 코너를 빼는 이유가 뭐냐”며 “해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월화드라마 ‘주몽’은 1ㆍ2회를 뺀 나머지 방송분은 70분을 넘기지 말자는 3사간 신사협정을 무시하고 6회까지 모두 70분을 넘겨 빈축을 사고 있다. MBC는 현충일에도 변변한 특집 없이 ‘월드컵 D-3, 44인의 투혼’ 등 오로지 월드컵 특집과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만으로 편성표를 채웠다. 지난 5ㆍ31 지방선거 때도 개표 방송 도중 월드컵 관련 특집을 방송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MBC의 유일한 문화 프로그램 ‘문화사색’은 월드컵 등을 이유로 5월에는 26일 단 1회를 제외하곤 모두 결방됐다.
이처럼 MBC가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에 비해 ‘오버’하는 이유는 지난 2년여간 이어져 온 침체분위기를 급반전시키려는 데 따른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PD수첩’ 황우석 사태를 비롯, 지난해 방송사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사고를 겪은 MBC로서는 월드컵 호재로 한꺼번에 만회하려다 보니 이처럼 볼썽사나운 광경이 빚어진 것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미쉘 위, 하인즈 워드 등 올 들어 MBC는 유난히 자극적인 특정 이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MBC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경쟁력부터 만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