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17일] 대치댁과 대전댁

얼마 전 모임에서 '대치댁'과 '대전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강남 대치동의 자가(自家) 거주자는 '대치댁'이요, 전세 거주자는 '대전댁'이라고 했다. 대치동의 사교육 환경이 좋다고 하여 전세로라도 거주하려는 가정이 많아져 생겨난 말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대치동엔 입시학원이 참으로 많다. 밤늦은 시각이면 학원 수강이 끝난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한 자동차들로 차도가 꽉 들어찬다. 요즘 같은 여름방학에는 전국의 초ㆍ중ㆍ고생들이 대치동 학원가로 몰려드는 '대치동유학'까지 성행한다고 한다.


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입시교육' '조기유학' 등의 문제는 뉴스에 연일 오르내리며, '기러기 아빠'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교육열이 아파트 가격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주택면적이나 단지 규모, 도로 확보성이 아닌 '사교육 여건'이 아파트 가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자녀의 사교육 문제가 아파트 가격까지 좌우할 정도라 하니 이제는 도를 넘어선 지경이다. 남다른 교육열은 외국의 통신에서 소개할 정도로 '특이한'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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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필자의 미국 유학 시절, 한 평범한 가정의 초대를 받아 점심을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 집 아이들의 처신이 나를 무척 놀라게 했다.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들의 말이 어눌하고 재미없었을 텐데 모두가 귀 기울여 들으며 예의를 지켰다. 식사 시간에는 어른들이 먼저 수저 들기를 기다렸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부모는 물론 손님인 우리 부부에게까지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상하기 힘든 가정 교육이었다. 그 집의 큰 아이가 지금은 국내 대학의 교수직에 있어 가끔 만나곤 하는데 반듯하고 똑똑한 젊은이로 잘 자랐다. '인성'을 먼저 가르친 그 집 부부의 가정 교육 덕분이리라.

교육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조 때부터 내려온 대물림일 수 있으니 쉽게 해소될 일도 아니다. 이제는 어색하고 진부하게 들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인성을 먼저 가르치고 적성을 찾아내어 장래와 확실한 미래를 설계하고, 그것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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