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M&A 트렌드 M·E·E·T 보면 알 수 있다

Mega, 100억弗이상 메가딜 주도

Europe, 알스톰 등 유럽기업 선호

Emerging, 신흥국이 큰손으로 부상

Tax,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


전세계적으로 인수합병(M&A) 붐이 일면서 올 들어 현재까지 전체 딜 금액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M&A 규모는 4조달러에 육박,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M&A의 트렌드는 M·E·E·T로 요약할 수 있다. 100억달러(103조원) 이상의 초대형 거래(Mega deal)가 M&A를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Europe)이 매력적인 인수 타깃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이머징(Emerging) 국가들이 인수합병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과거와는 달라진 면모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이 국경을 넘는 초대형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시장지배력 강화 외에도 세금회피(Tax avoidance)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메가(Mega) 딜 전성시대=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29일까지 성사 혹은 추진된 100억달러 이상 규모의 기업 M&A는 17건, 총 3,554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100억달러 이상 메가 딜은 2006년 52건, 1조2,9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13건, 3,466억달러로 급속히 줄었다. 2012년에는 15건, 2,835억달러까지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불과 4개월 만에 발표된 메가 딜은 지난 한 해 이뤄진 거래(15건·3,415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약·정보통신(IT)·텔레콤 등의 업계 판도를 뒤흔들 규모의 기업사냥이 한창이다. 주로 에너지·금융 분야의 초대형 합병이 주를 이뤘던 2000년대 중반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의 1위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는 올해 초 업계 2위 타임워너케이블을 450억달러에 인수, 공룡 케이블 회사로 재탄생했다. 스위스의 제약사인 노바티스는 최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암연구사업부를 160억달러에 인수하고 자사 백신사업부를 71억달러에 내주기로 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과 캐나다 최대 제약사 밸리언트는 지난주 보톡스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 제약사 앨러간을 456억달러에 사들이려고 협상 중이다.


리처드 쟌느레 언스트앤영 미국 부대표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으로 기업사냥에서 큰 베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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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Europe) 기업에 러브콜=유럽 기업들이 매력적인 매물로 부각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불거진 미국 기업의 유럽 기업 M&A 금액만 총 1,150억달러에 이른다. 세계 최대의 제약사인 화이자가 영국 2위의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를 1,000억달러(약 100조원)에 인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프랑스의 알스톰사를 사들이기 위해 지멘스와 GE가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유럽 기업 간 M&A 논의도 활발하다.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은 스페인 최대 통신사 오노를 72억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에서는 보이그사가 비방디사와 통신 부문을 합병하면서 프랑스 내 통신사업체가 기존 4개에서 3개로 줄기도 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통신업계에서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500억달러 규모의 M&A가 이뤄졌다. 유럽이 M&A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오른 이유는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0.1%를 기록하며 경기침체에서 막 벗어나고 있어 유럽 내 기업이익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 기업들이 아직은 현금 창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직은 인수가격이 낮다는 점도 있다.

◇신흥국(Emerging) 큰손으로 부상=신흥국이 M&A시장에서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28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경 간 M&A 가운데 신흥·개도국 기업이 인수자인 경우가 전체의 56.5%로 선진국(43.5%)을 처음으로 웃돌았다고 밝혔다. 국경 간 M&A 총액 3,490억달러 중 선진국 기업의 자금은 전년 대비 17.5% 감소한 1,517억달러에 그쳤다. 나머지는 신흥·개도국이 차지했으며 특히 구소련 국가들은 6.1배 급등한 569억달러에 이르렀다.

고속 경제성장을 업고 적극적 M&A에 나선 신흥·개도국 기업은 인수 업종도 다양하다. UNCTAD는 지난해 선진국 기업의 대형 M&A가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처럼 주로 IT·통신에 집중된 반면 신흥·개도국 기업은 식품·호텔·금융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고 했다. 중국 육류 가공업체 솽후이가 미국의 동종기업 스미스필드푸드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세금(Tax) 회피 목적도=최근 법인세율이 높은 미국(35%)의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M&A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M&A 과정서 세율이 낮은 영국(20%), 네덜란드(25%) 등지로 본사를 옮겨 감세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화이저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를 인수한 후 주요 사업장은 미국에, 통합법인은 영국에 설립한다는 계획을 공개하면서 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이후 약 24개 미국 기업이 M&A를 통해 세율이 낮은 국가로 빠져나갔다"며 "이는 이전 25년간의 유사 사례 전부와 맞먹는 숫자"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우파 진영에서는 세율을 낮추는 쪽으로 세법을 개정해 기업들을 붙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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