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예상못한 리스크에 "낭패 일쑤"

■ 中 업체 M&A 피해 속출<br>비상장기업 대부분 감사보고서 조차 없어<br>퇴직금 요구까지…숨겨진 실패 더 많을듯


‘분식회계, 우발채무, 황당한 퇴직금 요구….’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던 우리 기업들에 들이닥쳤던 예상치 못한 리스크 요인들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비상장사는 감사보고서조차 없는 곳이 많아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협상을 진행하고 뒤늦게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뒤처리 고생하는 한국 기업들=주스 생산업체 T사는 베이징시 소재 H사의 주식 100%를 3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우발채무에 대해 에스크로(escrow) 계정까지 개설했다. 세무상 우발채무와 자회사 부실 등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서 에스크로 계정에 있던 인수대금 잔금이 전액 소진돼 T사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조업체 C사는 중국 시장 진출이 워낙 급해 분식회계 우려가 있다는 컨설팅업체의 충고에도 M&A를 진행했다. 중국 기업을 인수한 C사는 분식회계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자본금을 증자해야 했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 F사는 700만달러로 동종 계열의 중국 국영기업 주식 51%를 인수하려 했으나 분식회계에다 임직원들의 퇴직금 보장 등 무리한 요구에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철강업체인 C사는 중국 정부 및 기업의 방해공작에 쓴맛을 본 케이스다. 이 회사는 산시성 소재 국유기업의 지분 49%를 1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다. 그러자 중국 내 다른 경쟁업체가 여러 업체와 합작, 중앙정부로 하여금 M&A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C사는 그토록 꿈꾸던 중국 시장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물류업체 A사는 M&A 대상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으로 정했다. 중국 시장은 진출해야겠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그나마 중국 업체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우발채무를 발견했다. 해당 지방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 중앙정부 규정을 어기고 불법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준 것을 알게 된 것. 인수 후 언제 세금 추징이 발생할지 모르고, 이렇게 되면 인수기업은 가산세까지 부담해야 해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드러나지 않는 실패 더 많아=전문가들은 중국 M&A 실패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앞다퉈 M&A에 나서고 있어 실제 알려진 것 외에도 숨겨진 실패 사례가 적지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M&A에 따른 리스크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재무정보의 불투명성, 분식회계, 세금 우발채무, 자산평가의 어려움 등 소홀히 할 수 없는 위험이 상존해 있다. 진배석 삼정KPMG 회계사는 “상장사가 아닌 경우 감사보고서를 입수하기도 힘들다”며 “한국 기업이 주로 M&A 대상으로 삼는 비상장 기업은 철저한 사전준비가 수반되지 않으면 M&A 그 자체가 큰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비교적 투명한 상장기업은 인수가격이 워낙 높아 엄두도 못 내고 결국 우리 기업은 비상장기업 위주로 M&A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상장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거대자본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M&A는 어떤 규모의 회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리스크 요인이 달라진다”며 “우리 기업이 대상으로 하는 중국 기업은 외국 거대자본이 노리지 않은 비상장기업으로 실사를 해서 기업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 M&A시 불법거래, 그동안 안 냈던 세금 등 모든 것이 튀어 나온다”며 “중국의 경우 M&A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크지만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주의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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