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의보감] 황우석 현상과 윤리

의학 본연의 사명부터 논의를

인간의 난자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가 세계를 흥분 시키고 있다. 모처럼 한국인의 우수성을 만방에 알린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연구는 동시에 생명윤리의 문제를 불러일으켜 세계 과학계는 물론 한국사회에서도 윤리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런 시비가 정당한가 여부는 차치하고, 우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 동안 너무나 철학적인 고민과 토론이 없었구나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인간 복제의 기술에 발판이 될 수도 있는 기술적 실험들이 이루어지는 동안 국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토론이나 고민이 거의 드러난 적이 없다.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그룹이므로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그들 스스로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사회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의학의 본래적 사명이 무엇인가부터 논의가 재개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좁은 의미에서 의학은 질병을 퇴치하고 사람들이 가장 건강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본연의 사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옛 어른들은 ‘소의(小醫)는 사람의 질병을 고치고 대의(大醫)는 사회의 병을 고친다’고 했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단지 질병을 고치고 생명연장에 기여하려는 노력 뿐 아니라 이것이 미칠 사회적 시대적 파장과 가치까지 고민하고 사회 전체가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의사들이 사회적 책무를 띈 존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임을 깨우쳐 주는 말일 것이다. 실제 국제보건기구(WHO)는 인간의 건강 개념에 사회적 존재로서의 정신적 영적 평안 같은 개념을 포함시킨 지 오래다. 인간의 난자를 가지고 자유롭게 복제 실험을 한다는 데 대하여는 유럽공동체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매우 까다로운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런 나라의 과학자들로서는 철학적 윤리적 논의 없이 좀더 자유롭게 인간 세포를 실험에 사용할 수 있었던 한국의 과학자에 대해 부러움과 억울한 감정을 함께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세계 의학계에서는 황 교수의 연구방법보다 훨씬 더 윤리적 문제점이 다분한 실험과 치료법들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황 교수가 얻어낸 연구의 성과는 현대의학이 씨름 해온 기술적 한계를 한달음에 넘어설 수 있는 획기적인 발판으로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너무나 단순하게 실용주의적 편의주의에 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한번쯤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한국밝은성연구소장ㆍ 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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