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ISTI의 과학향기] 메가번개의 비밀

구름위서 발생… 일반번개의 1,000배 규모


100년 전부터 비행기 조종사들 사이에는 구름 위에서 붉거나 푸른 불기둥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빨간 불덩어리가 춤을 추고, 파란 불기둥이 분수처럼 솟았다는 얘기다. 목격담으로만 치부됐던 이 붉거나 푸른 불기둥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바로 '메가번개(Megalightning)'다. 메가번개는 구름 위로 번개가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고 구름 위에서 발생한다. 그 규모도 수십km에 달해 일반 번개보다 1000배나 더 크다. 번개의 신인 제우스가 사용했을 법한 '번개 중의 번개'인 셈이다. 메가번개가 전설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시기는 1989년이다. 미네소타대 로버트 프란츠 박사는 TV 카메라를 시험하는 도중 우연히 뇌운(번개를 동반하는 구름) 위의 하늘에서 치는 불빛을 촬영했다. 최초로 메가번개의 일종인 붉은 빛의 '스프라이트(sprite)'를 촬영한 것이다. 스프라이트는 고도 90km의 전리층에서 고도 15km의 뇌운 정상으로, 즉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최대속도는 광속의 30분의 1인 초속 1만km에 달한다. 다른 메가번개도 있다. '블루제트(blue jet)'는 스프라이트와 달리 구름에서 위로 솟구치는 메가번개다. 이름처럼 블루제트의 색은 파란색이다. 초속 100km로 고도 40~50km까지 치솟고 지속 시간도 0.1~1ms로 스프라이트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 스프라이트와 블루제트가 혼합된 형태의 '자이언트 제트(giant jet)'도 있다. 2002년 7월 대만 국립성공대 과학자들은 남중국해 상공에서 뇌운 위쪽을 촬영했는데, 불기둥이 고도 90km까지 치솟았다. 수직 방향이 아니라 수평 방향으로 나타나는 메가번개, '엘브스(ELVES)'도 있다. 1990년 10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대서양에서 엘브스를 촬영했다. 지름 400km의 거대한 도넛 모양으로 붉은 빛을 내며, 열권에 해당하는 고도 100km에서 나타난다. 아직 메가번개가 전지구적 규모에서 관측된 적은 없다. 우리나라 '멤스우주망원경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화여대 박일흥 교수는 인공위성을 띄워 메가번개를 1년 이상 관측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전반기에 메가번개 관측용 우주망원경을 탑재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위성에 탑재된 촬영 장비는 초당 10만장을 찍기 때문에 메가번개의 비밀을 상당부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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