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내심'은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럽이 본격적인 돈 풀기에 나섰고 일본의 양적완화 기조에도 변화가 없는 만큼 대외 통화가치에 영향을 크게 받는 원화 역시 강세 기조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19원40전 급락, 장중 낙폭을 줄인 끝에 전날 대비 12원70전 내린 1,117원2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간밤 열린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환시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 착수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be patient)"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데 따라 달러 가치는 되레 떨어졌다.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2.7%로 제시, 지난해 12월(2.6~3.0%) 전망치에서 하향 조정했고 물가상승률도 기존의 1.0~1.6%에서 0.6~0.8%로 대폭 낮췄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연준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금리인상의 전제가 되는 2.0%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날 조정에도 불구하고 원화약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유럽이 본격적으로 채권매입을 통해 돈 풀기에 나섰고 일본의 통화완화 기조도 변함이 없다"면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강세 기조는 크게 달라질 요인이 없고 여러 통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 방향이 꺾였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등 국내 여건을 볼 때 원화약세 속도는 다소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큰 흐름에서 글로벌 달러강세 기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국내 여건만 놓고 보면 경상수지 흑자를 비롯해 원화 가치를 높이는 요소들이 커지고 있다"면서 "최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어 원화약세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