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년 만에 100엔 당 900선 아래인 899원36전으로 급락해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이 우려되고 있다.
엔 원화 환율은 대체로 100엔 당 900~1,000원 선을 유지했고 지난해 말엔 1,009원46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10대1이란 황금비율의 붕괴는 달러에 대한 원화의 약세 속도가 엔화 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즉 원화와 엔화의 가치 동조화 현상이 무너진 것이다.
엔화는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달러에 대해 12.8% 평가절하 된데 비해 원화는 불과 0.7% 평가절하 되는데 그쳤다. 원 달러 환율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하이닉스 지분 해외 매각 등으로 인한 달러 유입이 늘어나 상승 폭이 제한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엔화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견실한 성장세 유지로 인한 달러 강세의 영향이 그대로 환율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원화의 엔화에 대한 강세는 일본에서 부품ㆍ소재를 수입하거나 엔화표시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은 덕을 보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주력 수출제품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담을 떠 안게 된다. 2ㆍ4분기 무선통신기ㆍ반도체ㆍ자동차 등의 대미수출이 줄어든 것과 달리 일본은 오히려 증가하거나 감소 폭이 적었던 것도 엔화에 대한 원화강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엔과 원화의 환율이 100엔 당 8대1선도 기우만이 아니라는 주장이 한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엔과 원화 환율의 급속한 하락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우리 수출이 과거에 비해 경쟁력도 높아지고 환율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고 하지만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ㆍ조선ㆍ전자ㆍ철강 등은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는 환율하락의 부정적 영향을 그런대로 극복할 수 있으나 둔화되면 수출은 물론 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와 기업은 엔과 원화 환율의 빠른 하락을 경계하고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