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란 리스크에 공급·재고 줄어… 회복 조짐 美 경제 찬물 우려

갈수록 어두워지는 대외 환경<br>■ 무섭게 오르는 국제 유가<br>수단·예멘 등 공급 차질, OPEC 증산여력도 미미<br>글로벌 경제도 직격탄, 침체 장기화 가능성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고급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6일 서울 충무로의 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2,2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이란은 일부 유럽 국가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이호재기자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데도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것은 이란 핵개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원유 재고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쟁 지역에서의 공급 차질 ▦산유국의 증산 여력 불충분 ▦석유 재고 감소 우려 등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회복 조짐이 완연한 미국 경제가 다시 고꾸라지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이트한 수급과 재고 감소가 원인=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가장 큰 요인은 원유 공급 감소 리스크다. 우선 핵 개발을 강행한 이란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석유 수입금지 조치를 취함에 따라 하루 60만배럴의 이란산 석유 공급이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가하고 있는 이란이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하루 1,500만배럴의 원유를 수송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된다.

또 남수단의 경우 수단이 자국의 석유를 훔쳐가고 있다면서 석유생산을 중단한 상태며 예멘에서는 시위로 최대 유전인 마실라에서의 생산이 멈췄다. 시리아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로 석유 수출길이 막혔다. 이와 관련해 바클레이스캐피털은 수단ㆍ예멘ㆍ시리아 사태로 생산되지 못하는 물량만 하루 100만배럴로 전세계 공급량의 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증산 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도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란 석유 금수조치에 따른 부족 물량을 비상 증산 시스템을 가동해 메울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30년 만에 최고치로 확대되면서 추가 생산 여력은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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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석유 재고량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석유 재고가 6개월 연속 평균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회복 조짐 보이는 미국 경제에 찬물=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회복 조짐을 보이던 미국 경제가 지난해 리비아 내전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체됐던 악몽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폴 데일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은 아직 충분히 강력하지 않은 경제 회복을 탈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선방 중인 미국 경제마저 위축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유가 상승은 1차적으로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없이는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미국인들은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크리스 크리스토퍼HIS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유가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또 제조업체들은 제품 운송비가 증가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원가 마진이 낮아진다. 결국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고용 감소를 낳게 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미묘한 시기에 유가가 상승했다"면서 "고용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다른 경제 지표도 강한 성장세로 향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은 급격한 유가 상승을 쉽게 흡수할 만큼 강력하고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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