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중국과 북핵의 셈법


북한의 3차 핵실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태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ㆍ미국 양국의 거듭된 경고가 북한에 대해 양치기 소년식의 으름장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역시 중국의 입장이 중요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중국도 북한의 핵 위협으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한국의 대통령 당선인 특사에게 한반도 비핵화 지지원칙을 확인했고 유엔안보리 대북제제결의안 2087호에도 동참했다. 한미 양국도 중국의 입장변화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당연히 호사가들의 관심은 북한의 강공책이 핵실험으로 연결돼 중국까지도 참여하는 대북제재의 결정판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북한 핵의 셈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미국의 묘한 분위기다. 4일부터 시작된 한미 합동훈련에 핵잠수함과 이지스함을 파견해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실질적인 핵 파워(real nuclear power)'로 표현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기관이 기술적 분석을 위해 오히려 북한의 핵실험을 기다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한다. 상당히 느긋한 모습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라앉으면서 미국의 힘을 재삼 확인한 중국은 미국과 애증관계에 있다. 경제성장의 둔화로 괴로운 중국에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협력이 새삼 중요하다. 또 센가쿠열도와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도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개입을 자제해주기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구조를 부각시켜 중국인의 '애국주의'를 고취함으로써 빈부격차로 갈라진 중국 사회의 통합을 위한 구심점으로 삼는다. 북핵 문제는 껄끄럽기는 하나 중국 입장에서는 몇 마디 수사(修辭)에 그치는 자제권고와 형식적인 유엔의 대북제제 결의참여만으로도 미국 체면을 살려주고 한국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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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해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강경 기조를 완화시켜 김빠진 안보리 결의를 도출하게 했다고 생색낼 수도 있다. 풀리지 않는 북한 문제를 매개로 해 한국에 대해 중국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북한지도부는 '독이 든 사과' 같은 남북경협보다 '사회주의 형제'인 중국에 기대는 것이 편하다. 중국에 대해 별다른 협상카드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한반도의 긴장 국면을 야기함으로써 결정적 상황 악화를 원치 않는 중국의 북한 달래기를 유도하기에 유리하다. 또 핵 문제 등으로 인한 '적당한' 긴장은 국제사회나 한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인해 세습체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제어할 수 있는 감속로 역할도 한다.

북중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여부와 상관없이 유지될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중국은 더 이상의 악화는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북한의 에너지와 식량확보에 도움이 될 북한 달래기를 계속할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핵 물질이나 미사일 기술을 확산(수출)하지 않는 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 중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21세기 미국의 태평양시대를 구축하기 위한 영향력 확산의 지렛대로 말썽꾸러기 북한이 유용할 수도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이 먹혀 온 배경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북한은 이미 실질적인 핵 파워로서 3차 핵실험의 타이밍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중국과 미국, 심지어 한국의 북한 달래기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셈법을 감안할 때 북핵에 대한 한국의 올인 전략은 비효율적이다. 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원칙은 견지하되 다면적인 북한관리 수단개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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