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너지는 산업현장] 노동시장 여전히 경직

『법으로 보장돼 있어도 해고는 물론 채용도 마음대로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이 우리경제의 숨통을 조이면서 산업현장을 서서히 고사(枯死)시키고 있다.』(H사 K이사) 『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 번 직장을 떠난 사람들의 취업도 그만큼 어려워지며 과잉인력문제가 결국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게 돼 연쇄부도에 따른 대량해고를 피할 수 없게 된다.』(K사 K상무) 재계는 지난 8월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40여일간 파업으로 치닫던 현대자동차가 정부의 중재로 타결된 것을 고용조정 사례중 「가장 나쁜 선례」로 꼽고 있다. 이같은 쁜 선례로 인해 기업들의 구조조정계획이 건건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치며 기업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생물체가 신진대사가 잘 될 때 생존하듯이, 기업도 새로운 인력고용과 정리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10일 현재 정리해고 계획을 노동부에 신고한 업체는 95개로 해고대상 인원은 1만2,304명에 이르고 있지만 실제 해고업체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4개사 4,215명에 그치고 있다. 해고업체들도 대부분 정상적인 정리해고 보다는 명예퇴직 형식으로 인원을 줄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金榮培)상무는 『법률상으로는 절차만 지키면 정리해고를 할 수 있지만 사실상 노조의 저항으로 아예 못하든가. 아니면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할 수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金상무는 『90년대 미국의 경제호황은 자유로운 고용조정에 따른 유연한 노동시장이 밑바탕이 됐다』며 『우리나라는 기업의 과잉인력과 임금 및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리해고 관련법이 제정됐으나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무관리직의 경우 금융산업이 30%의 과잉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종업원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잉여인력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1,000명 이상인 기업의 경우 40%의 기업들이 과잉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설업은 80%의 인력이 공급과잉 상태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급변하는 수요·기술변화 등 국제경제 환경에 적응하고 IMF의 강력한 이행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업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20~40%에 이르는 고용조정 대상인력은 기존의 인력재배치 등과 같은 단순한 기능적 고용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미국기업들은 80년대 불황시 대량해고를 통해 다운사이징을 하면서도 구조변화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동시에 채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미국은 고용조정 과정에서 개별적인 해고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어 사용자는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미국은 사용자의 해고재량권이 커 실업률이 높을 것 같지만 반대로 해고가 쉬워 필요시 인력을 즉시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업률이 낮다. 지속적인 생산조직 재편과 시장상황에 대응해 근로자를 고용조정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온정주의적인 경영이 뿌리깊었던 일본기업들도 80년대 후반이후 엔화 강세와 고임금·고물류비용 등 고비용 산업구조와 과도한 규제 등으로 실업자수가 300만명에 이르면서 최근들어 그동안 유지하던 종신고용제를 버리고 있다. 기업들은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고용조정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기업의 구조조정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으며 이를통한 경쟁력제고와 궁극적인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도 잉여인력과 인건비를 줄여가면서 필요인력도 동시에 충원하는 이원적 고용조정 전략으로 기업을 회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수종 기자】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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