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신데렐라와 골디락스

신데렐라(Cinderella)와 골디락스(Goldilocks). 요즘 세계 경제를 휘젓고 있는 꼬마숙녀들이다. 동화 속 주인공인 신데렐라와 골디락스가 현실세계로 나온 것은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를 세계 경제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린 사람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버핏 회장은 이달 초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금속과 석유 쪽 문제가 심각하다”며 “신데렐라가 12시를 넘기면 마술에서 풀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듯 상품 가격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부동산 향방 불투명해 당시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기세가 등등해 버핏의 지적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락은 버핏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버핏의 말대로 신데렐라는 마녀의 도움으로 ‘재투성이의 아이’에서 ‘퀸카’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지만 시한부 변신이다. 자정이 되면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신데렐라는 버핏이 지적한 상품만은 아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한달 전 증권선물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세계 42개국의 대표 주가지수 가운데 러시아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한국ㆍ아르헨티나ㆍ폴란드ㆍ브라질ㆍ헝가리ㆍ오스트리아 등 22개국 증시가 사상 최고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지금 모습은 사뭇 다르다. 자정이 지난 신데렐라 같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전망으로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고 유럽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은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인도와 브라질ㆍ러시아 등은 이달에만 2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뉴질랜드ㆍ터키ㆍ인도네시아 증시도 폭락세를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중동 증시는 올들어 이미 반 토막이 났다. 투자자들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자유낙하를 하는 느낌일 것이다. 요즘 국내 증시와 부동산시장도 자정을 앞둔 신데렐라와 같은 모습이다. ‘재투성이의 아이’에서 ‘때 빼고 광낸’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언제 자정을 알리는 종이 칠지 불안에 떨고 있다. 불과 몇일 사이에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빠진 증시가 어디로 방향을 잡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부동산시장은 ‘너무 과식을 해 금방이라도 배가 터질 것 같다’고 겁을 주는 정부와 ‘아직 배가 고프다’는 시장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에서는 거품이 꺼지는 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가 적시한 ‘버블세븐’과 풍선효과로 등장한 ‘뉴버블세븐’의 탐욕은 그칠 줄 모른다. 골디락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불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3일자에서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 비유해 엄마곰(고유가), 아빠곰(부동산거품), 아기곰(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제구조가 취약한 이머징마켓이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동화는 골디락스라는 아이가 숲속에 있는 곰 가족의 빈집에 들어가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잠을 자다가 곰 가족의 공격을 받고 도망을 친다는 내용이다. ‘딱 좋아(just right)’를 외치던 골디락스가 곰에게 쫓겨 달아나는 모습을 탄탄한 상승세를 타던 세계경제가 고유가ㆍ부동산거품ㆍ인플레이션의 ‘덫’에 걸린 것과 비유했다. 시장변동 클수록 냉정히 대처를 다음 등장인물은 누구일까. 경제가 더 악화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날지도 모른다. 다행히 경제가 재도약을 하게 되면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변화를 차분히 읽는 노력이다. 그래야 ‘잠자는 미녀’를 깨울 수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이 미국인들에게 금융공부를 하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데렐라와 골디락스를 불러낸 것은 버핏과 WSJ이 아니라 경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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