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성과급 60% 보전해도 생활 막막 … 길거리 나앉을 판"

카드 3사 17일부터 영업정지 모집인들의 애끓는 사연

카드사간 인력 영입 막아 오도 가도 못한 꼴 전락

당장 이달 월세내기 빠듯

5월 이후 영업 재개돼도 성공보수 최소 7월 지급

1년 중 절반은 개점휴업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보험사 텔레마케터(TM)들의 고용문제로 번지면서 국민적 논란을 불러온 데 이어 이번에는 카드모집인들의 생계난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평소 성과급의 60%가량을 최저임금을 보전하는 식으로 지급하도록 해당 카드사들에 요구,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이번 조치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된 4,000여명의 카드모집인들은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생계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오는 5월16일까지 영업이 정지되는 KB국민·롯데·농협카드 등 3개 카드사에 대해 카드모집인의 생계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카드모집인은 차갑다 못해 격하게 반응했다. 보험사 TM영업 중단조치를 시행하면서 강한 여론의 역풍을 맞은 금융 당국이 최소임금 보전 지시로 '면피'에 나섰을 뿐 이번 조치가 생계난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카드사의 모집인은 서울경제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3개월치 총급여액만 타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모집인 시장의 속성을 알고 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처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는 길바닥에 나가 앉으라는 것과 다름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카드사들의 신규회원 유치실적은 반토막 이하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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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시작된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회원유치 영업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모집인은 앞으로 3개월간 영업을 못한다. 5월 이후 영업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영업실적이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오려면 최소 1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성공보수는 실적달성 1개월 후부터 지급되기 때문에 최소 7월은 돼야 정상적인 급여를 기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1년의 절반 이상을 개점휴업 상태로 지내야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카드사 모집인은 "일을 못하게 할 거면 이직의 자유라도 보장해야 하는데 금융 당국이 다른 카드사 인력 영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오도 가도 못한 꼴이 돼버렸다"며 "당장 이달 월세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카드모집인들은 금융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평균 성과급의 60% 지급)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3년 삼성카드 영업정지 사태 때 카드모집인에게 평균 성과급의 60%를 지급한 전례를 들어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카드사들은 이에 따라 성과급의 지급액을 60%로 할지, 70%로 할지를 놓고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다.

한 카드사 모집인은 "지금도 본사가 모집인들의 근무기간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을 실시하면서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수천명에 달하는 모집인들의 각기 다른 성과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며 "우리처럼 월급여가 200만원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40%의 급여삭감은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3개 카드사에 소속된 모집인은 약 4,000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자영업 형태로 카드모집활동을 하면서 150만~2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임금으로 받고 있다.

/박해욱·신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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