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창하오가 위험에 처한 상변쪽 백대마를 외면하고 좌상귀의 실리를 굳힌 것은 매우 무모한 작전이었다. 그런데 그 무모함을 최철한이 제대로 응징하지 못하고 도리어 대세를 그르치게 된다. 흑67도 좋은 수였고 흑75로 강경하게 끊은 수도 좋았다. 흑77이 아주 이상한 수순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대국 당시에는 검토실의 한국 기사들이 흑77을 상당히 괜찮은 수라고 보고 있었다. 조훈현과 이세돌은 참고도1의 백1로 수비하는 것이 절대수이며 흑2 이하 6으로 백의 고전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창하오는 기상천외의 돌파수단을 강구하고 있었다. 백78. 한국측 검토진을 경악케 한 이 수를 창하오가 터뜨렸다. 상대의 아주 작은 허점을 정통으로 찌른 이 묘수. 중국측 검토진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흑77이 유력한 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전에 치러 두었어야 할 수순이 있었다. 참고도2의 흑1, 3이 필수였던 것이다. 그리고 5까지 선수로 두고서 비로소 7로 내려서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그랬더라면 백이 매우 난처했을 터인데…. 실전은 중앙의 흑 4점이 옴쭉달싹 못하고 잡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