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핵심ㆍ중간간부 부주의로 '무선교신 누락'
합조단 "보고누락 관련자 징계 건의"
이달 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북한 경비정의 무선교신 사실이 노무현 대통령과 군 수뇌부에 보고되지 않은 것은 해군작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핵심간부 등의 부주의로 빚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합동조사단 단장인 박정조(육군소장) 국방부 동원국장은 23일 오후 북한경비정 무선교신 허위보고 사건에 대한 경위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달 16일부터일주일간 합참 정보.작전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 군 정보기관 등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김성만(중장.해사25기) 해군작전사령관과 합참 정보본부의 백운고(육군준장.육사32기) 정보융합처장을 비롯해 합참 정보본부의 관련 실장과 과장, 실무장교들의 책임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국방부에 넘겼고, 국방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 사령관은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보고된 교신내용을 상부에 알리지 않았고, 백처장은 작전계통의 보고상황을 고려해 임의로 정보를 삭제했으며, 합참 정보계통 일부 중간간부들은 부주의한 근무자세로 보고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드러났다고 박 단장은 설명했다.
박 단장은 이번 보고누락 사건은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사항에 대해 상부로부터 수차에 걸쳐 강조 지시를 받았음에도 일부 지휘관들의 인식이 미흡했다면서 "해군작전사령관은 상부보고를 하지 않았고 정보융합처장은 임의로 관련정보를 삭제했고,합참 정보계통 일부 중간간부들의 부주의한 근무자세가 더해져 빚어진 결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 대상자들이 북측 송신 내용을 '기만전술'로 판단했다고 주장하고있으나 "한라산-백두산 등 남북간 합의된 호출부호를 사용했고 중국어선 부근에 위치해 기만교신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사건발생 다음날 언론에서 남북간 합의사항인 통신체계의 문제점에대해 대대적으로 지적한 뒤에도 북측 송신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과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누락은 중대한 과실이나 작전면에서는 예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행한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합조단은 북측 경비정이 NLL을 넘은 지난 14일 합참이 작성한 보도자료에는 북측 송신사실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다음 날 국가정보원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도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교신누락과 관련, 해군 작전사는 2함대로부터 송신사실을 보고받았으나 북측 경비정의 송신을 일종의 기만으로 단순판단해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합참 정보융합처장은 교신내용 자료를 열람하고 관련 실무과장에게 보고토록 했으나 과장이 이를 누락했고, 분석장교를 통해 전날 NLL 상황을 보고받은 후 보고사실이 누락된 것을 알고 정보보고서에서 이를 삭제토록 지시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또 14일 오후 5시 16분께 작전본부 정보장교가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다음 날 오전 7시 30분 이 장교는 관련실장에게 뒤늦게 알렸으며, 실장은 정보보고 초안에 송신사실이 적혀있다는 상황장교 보고를 묵살한 사실도 밝혀졌다.
북측 교신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거나 관련 정보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군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보고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발견됐는데도 국방부가 김 사령관과 백 처장을 중징계, 관련 실무장교들을 경징계한다는 방침이어서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귀원기자
입력시간 : 2004-07-23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