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두 명의 천(陳)서기

지난 25일 오후12시58분. 베이징 주재 외신기자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발로 천량위(陳良宇)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가 사회보장기금 유용 등 비리 혐의로 해임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속사정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공산당 중앙은 “천 서기가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직위 해제 이유를 설명했지만,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자 상하이방의 핵심 인물인 천 서기의 입지나 최근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당 중앙과 공공연히 맞섰던 그의 태도에 비춰볼 때 이날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기자는 드물었다. 그러니 ‘상하이방에 대한 정치 보복이 시작됐다’ ‘10여년 전 천시퉁(陳希同) 당시 베이징 당서기가 장쩌민에게 숙청됐던 일과 판박이 같다’는 등의 분석기사가 쏟아져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천 서기는 2002년 상하이시 사회보장기금 가운데 3분의1이 넘는 34억5,000만위안(약 4,140억원)을 바로 그해 2월에 설립된 푸시(福禧)라는 투자회사에 대출하도록 도운 것이 문제가 됐다. 이후 푸시는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창업자인 장룽쿤(張榮坤)은 올해 38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 39위의 부호가 됐다. 누가 봐도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고 그 와중에 얼마나 많은 돈이 오고 갔을까 하는 질문이 나올 법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 중국 경제성장 과정을 돌아보면 그렇게 단순히 치부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천 서기’인 천시퉁 전 베이징 당서기의 운명도 천량위와 ‘궤적’이 흡사했다. 천시퉁은 89년 6월 천안문 유혈진압 직후 차기 총서기의 ‘다크호스’로까지 꼽히던 거물이었으나, 경제발전 속도를 둘러싸고 장쩌민과 갈등을 키워오다 95년 측근의 비리 협의로 전격 연금됐다. 이후 98년 천시퉁은 22억달러의 거액을 뇌물로 챙겼다는 이유로 16년형을 선고받고 ‘초대형 부패 스캔들’의 멍에를 쓴 채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다. 두 천 서기의 몰락은 초대형 부패 스캔들이라는 면에서 닮았다. 그러나 권력교체기에 개발 속도를 둘러싼 중앙과 지방간의 갈등 속에서 나타난 희생양이라는 유사성이 더 두드러진다. 우리는 과거 천시퉁의 몰락 이후 상하이방 정권에서 ‘중국 경제의 쾌속 항진’이 중심이 됐지만, 앞으로는 그 자리를 ‘조화로운 사회 건설’이라는 후진타오의 경제전략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균형 성장과 분배 형평’을 명분으로 민족주의의 기운이 강하게 움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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