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매각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토종세력과 세계 메이저 업체간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대우차를 인수한 GM과 르노 삼성 등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내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현재의 절대위상이 위협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우차는 이달 초 신형 6기통 엔진인 XK엔진을 장착한 '매그너스'에 이어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호평을 받은 'T-200', 하반기에는 '누비라' 후속 모델인 'J-200'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빠르면 내달 초 본계약이 체결되면 지난 97년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을 동시에 선보이며 내수시장 점유율 33% 까지 끌어올렸던 기세를 재현한다는 것. 특히 XK엔진은 GM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연비와 정숙성이 우수하다는 게 대우차의 설명이다.
르노 삼성도 오는 7월 준중형인 'SM3', 2003년 레저용차 'SM6' 등 신차를 잇따라 출시, 국내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고 2005년 40만대 규모의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대우차와 르노 삼성의 성공은 반대로 현대ㆍ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밖에 없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올해 국내 시장에서 77만대를 판매, 점유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우차가 매각될 경우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3% 떨어진 47.4%(73만대 판매), 승용차는 2.8% 하락한 47.2%(33만7,000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있다.
이는 GM의 진출과 르노 삼성의 약진에 따라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게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르노 삼성 'SM5'의 경우 지난 1ㆍ2월 판매량이 1만4,502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130%나 늘면서 현대차의 'EF쏘나타'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GM이 대우차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적어도 1~2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 이전에 해외메이저 업체와 제휴 강화, 품질 및 마케팅 강화 등에 나서면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지킬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지난해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상용차 엔진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상용차 생산, 승용형 엔진 부문의 개발 등에서도 제휴를 검토 중이다.
특히 시장 수성을 위해 오는 5월 월드카인 '겟츠' 등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다.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