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로 주택업체들의 신규 아파트 분양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분양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분양이 잘되는 일부 지역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앞 다퉈 분양가를 올리고 있어 ‘분양가 뻥튀기’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 인상 신기록 행진=강원도 원주와 춘천 지역의 분양호재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과 달리 비(非)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기업 지방이전, 기업도시 등 각종 호재까지 겹치면서 여름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분양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 7월 삼호가 원주에서 분양한 ‘봉화산 e편한세상’은 평균 2.82대1의 낮은 청약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90%의 높은 계약률을 기록했다. 또 중앙건설이 7월 춘천에서 분양한 ‘중앙하이츠빌’ 역시 13.4대1에 달하는 청약 경쟁률에 이어 90% 이상 계약됐다.
이처럼 분양이 호조를 보이자 건설업체들이 이 지역에서의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원주의 경우 포스코건설의 ‘원주 포스코 더 ?脾??시작으로 신성건설ㆍ대우자판 등이 분양에 나선다.
문제는 분양가 역시 덩달아 치솟고 있다는 점. 현재 분양가는 평당 500만원대로 원주시내 아파트 평당 매매가(251만원)의 2배에 달한다. 이는 울산이나 광주 등 광역시 분양가보다 높은 것으로 원주 지역의 경우 신규 분양가는 지난해 초만 해도 평당 400만원 수준이었다.
포스코건설이 3일부터 분양하는 원주 포스코 더 ?事?경우 평당 분양가는 530만원에 달한다. 이는 시내 요지에 위치, 시 외곽에 위치한 포스코 더 ?頻릿?입지가 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봉화산 e편한세상보다도 15만원 정도 높다. 또 다른 건설업체 역시 분양가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7월 1차로 평당 480만~510만원선에 아파트를 분양한 한 중견 건설사는 9월 중 2차를 분양하면서 내부적으로 평당 분양가를 이보다 20만원 정도 높여 잡은 상태다.
◇‘한탕치기’ 관행이 문제=한 건설업체 분양팀 관계자는 “분양이 잘될 경우 분양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분양이 잘되는 지역에서 돈을 벌어둬야 다른 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해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분양이 잘될 경우 적정 수준의 이윤을 넘어 얼마든지 분양가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가 분양 관행은 서울 동시분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 공급량이 부족한 서울 강남구의 경우 올해 상반기 평균 분양가는 시장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반기 평균에 비해 약 30% 정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일시에 풀 경우 ‘분양가 발(發) 집값 상승’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고가 분양이 업계의 관행으로 정착돼 있는 한 규제완화는 곧바로 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근보다 높은 분양가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건설업체간 분양가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