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안전사고 나몰라라' 하는 서울시 "폐차직전 시내버스 2년 더 굴려라"

9년 넘긴 시내버스 404대… 달리는 시한폭탄 우려<br>예산부족 이유로 서울시 권고<br>차령 초과하면 잔고장 많아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세월호 침몰사고로 사회 전반이 안전사고에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차령(차량나이) 9년 된 폐차 직전의 시내버스를 최대 2년까지 연장 운행하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서울시와 버스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13일 60개 시내버스 업체에 '차령 9년이 넘은 차량의 경우에도 검사 등에 합격한 시내버스는 최대 2년을 연장해 차령 11년 경과 후 폐차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차령이 9년을 초과한 차량은 폐차 대상이며 엄격한 검사를 거쳐 요건을 충족할 경우 6개월 단위로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버스업체들은 차령 9년이 지난 버스는 대체로 폐차해왔다. 엔진이 낡고 부품도 부식돼 잔고장이 많은데다 정비를 소홀히 하면 언제 큰 사고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차령 9년이 초과하면 폐차하도록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시내버스의 경우 연간 평균 9만㎞ 이상을 달리기 때문에 9년이 지나면 주행거리가 대부분 80만㎞를 훌쩍 넘겨 폐차 대상이 된다"며 "차량부식은 물론 부품교체도 잦고 정비인력도 더 많이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폐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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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내세워 차령 9년을 11년으로 연장하도록 권고했다. 버스업체가 차령 초과 버스를 교체하게 되면 서울시는 신차 구입 보조금 명목으로 대당(저상버스 기준) 1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차령을 연장하면 그만큼 보조금 지급시기를 늦출 수 있고 규모도 줄일 수 있다. 서울시가 차량 교체를 위해 버스업체에 지원한 보조금만도 지난해 214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217억원으로 매년 200억원 이상 신차 구입 보조금으로 투입되고 있다. 한 버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예산이 없다 보니 차령을 계속 연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버스업계로서는 을의 입장이다 보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1년 정도 연장하는 것은 그나마 시도를 해보겠지만 2년까지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말로는 안전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연장하라고 하지만 버스업계는 거의 2년 연장을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버스업계는 차령이 넘으면 차체 부식은 물론 수리할 곳이 많아지기 때문에 정비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고 부품비용도 확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정비가 잦다 보니 한순간 정비를 소홀히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차령 9년 이상 차량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차령 9년을 초과한 시내버스는 총 404대에 달한다. 이는 전체 시내버스 7,485대의 5.3%에 달한다. 이는 2012년(127대)보다 218% 급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루 수백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시내버스 안전을 예산 문제 때문에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로 사회 전반이 안전사고에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어서 서울시의 노후버스 연장 방침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시내버스 차량 폐차와 관련한 문의가 많아 차령 9년이 돼도 안전문제가 없으면 2년 더 연장 운행할 수 있도록 권고 공문을 보냈다"며 "안전점검을 통과한 후 연장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길·서민준 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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