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행정수도 이전의 방향

중앙대학교 산업대학대 학장 허재완 교수

[기고] 행정수도 이전의 방향 중앙대학교 산업대학대 학장 허재완 교수 허재완 교수 경상북도 도청은 대구가 직할시로 분리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경북 지역으로 이전하지 못하고 대구시 내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전남은 몇년 전 도청을 광주에서 목포 근교인 무안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광주와 목포 사이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표출, 지금까지 후유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다. 이전대상에 대학들 포함 도청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이 같은데 한 나라의 수도이전 문제는 엄청난 갈등의 소지가 있다. 이를 슬기롭게 다루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는 반목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찬ㆍ반론자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하며 갈등이 많은 최선책보다 갈등이 적은 차선책이 바람직해 보인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대안 마련은 다음 몇몇 사항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첫째, 충청권 지역 정서를 고려할 때 수도이전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이를 백지화할 경우 충청권을 ‘왕따’시키는 결과를 초래, 지역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낳게 될 것이다. 둘째, 현 정권은 수도이전을 추진할 정치적 권한과 동시에 법적 의무도 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은 수도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신임을 획득했으며 관련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정책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이전, 특히 천도에는 상당수 국민 및 정치권ㆍ수도권의 반대가 높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수도권 여론을 무시할 경우 이는 충청권과는 또 다른 형태의 지역갈등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넷째, 수도이전에 따른 막대한 재원투자에 대한 우려다. 경기회복이 더뎌지며 세수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이전 같은 비경제성 사업에 재원투자가 몰릴 경우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한다. 다섯째, 수도이전은 어떠한 형태든 반드시 수도권 인구분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통일 후 수도 문제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보다 통일여건이 성숙한 시점에서 보다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열어놓아야 한다. 통일의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현 세대가 미래세대의 결정을 대신해서는 안된다. 이상의 사항들을 전제로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신행정수도추진단에 따르면 이전 대상 국가기관은 행정부ㆍ국회 및 사법부로 전제하고 있다. 국가의 중추기구들이 모두 이전돼야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오히려 고등교육기관 즉 대학이전이 인구분산에 더욱 높은 효과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특히 서울대 같은 명문대의 이전은 신선한 사회적 충격을 줘 수도권 분산에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충청권에 이전할 대상기관으로 청와대ㆍ정부종합청사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묶는 대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신행정수도를 정치ㆍ행정도시적 성격보다는 행정ㆍ교육 중심도시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행정ㆍ교육중심 도시 돼야 이 경우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당초 공약에 부합하기 때문에 집권당의 입장을 세워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수도권 인구분산이라는 정책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애초의 약속과 달리 천도를 추진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야당 및 수도권 자치단체의 반발도 일정 수준 무마할 수 있다. 또한 입법ㆍ사법부를 서울에 남겨둠으로써 통일 후 수도 결정에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질 수 있으며 특?통일 후 새 수도 결정으로 충청권의 행정부를 옮겨야 할 경우에도 교육기능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전에 따른 지역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이전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서울대 폐지론을 잠재우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수도이전을 둘러싸고 우리는 지금 국론분열을 걱정할 정도의 상황을 맞고 있다. 모두가 한걸음씩 물러나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때다. 지금 우리가 처한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할 때 진정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야 할 주제는 다른 부문에도 넘쳐나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7-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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