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27일 김천상공회의소는 갑작스럽게 KTX 경부선 정차역 명칭에 대한 지역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정차역 명칭으로 김천ㆍ구미역을 선호한 응답은 19%에 불과했고 대신 김천역이 7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는 판이하다. 최근 유명 조사기관이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로는 김천ㆍ구미역을 선호하는 시민들이 56%에 달했다.
조사결과가 완전히 딴판으로 나온 데 대해 김천상의는 조사기관 선정과 질문방식 등 모든 것을 지역의 모 인터넷신문에 일임했다며 그쪽에 책임을 돌렸다. 이 인터넷신문의 사주는 자신이 실질적인 오너로 있는 지역 여론조사 기관에 조사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사정을 알아보니 이 여론조사 기관은 전화면접 대신 자동응답(ARS) 조사를 실시하면서 질문항목에서 김천역을 1번으로 고정 배치했다. 자동응답 조사는 답변 항목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여론조사 결과로 김천역을 내놓고 싶으면 김천역을 답변 항목 1번에 고정 배치하면 된다는 것이다.
KTX 경부선 대구~부산 구간은 오는 11월 개통 예정으로 현재 정차역 명칭 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 대상이 된 정차역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김천시 남면 용전리에 들어서며 위치상으로는 구미시와 붙어 있다.
구미시민들은 이미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천ㆍ구미역'을 원하고 있으며 김천시민들 역시 최근까지 김천ㆍ구미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김천상의가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 김천시는 명칭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인사들은 김천상의 자료를 근거로 "역 명칭을 김천역으로 해야 한다"며 "이는 김천의 자존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열차가 빨리 정상 운행하면 됐지 역사 명칭이 왜 중요하냐"며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밀며 자존심 운운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김천에 들어서는 역사 명칭을 구미역으로 하면 김천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천상의의 이상한 여론조사로 정작 김천시민들이 창피당한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