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프로그램 현황조사 공문을 처리하느라 9주 연속해서 토요일에 출근했습니다."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스승의 날, 교사들이 그린 자화상은 업무부담으로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조차 없는 피로한 모습이었다.
주5일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이 부족해 대부분의 토요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진행하는 데다 토요일에 수업할 분량을 평일에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는 14일 주5일 수업제 운영 실태와 교사의 생활변화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1~11일 초∙중등교사 867명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에서 교사의 72.4%는 지난 두 달간 토요일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토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나 교과 학습지도 및 자율학습 감독이 이유였다. 교사들은 토요 프로그램의 79.5%가 학교 자체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교육청이나 교육과학기술부 지원 프로그램은 26.6%,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은 14.2%에 불과했다. 주5일 수업제의 모든 짐을 학교가 지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만 바빠진 것이 아니다. 토요일에 못하는 수업을 평일에 메워야 하기 때문에 평일 업무부담도 늘어났다.
각 학교는 방과후 수업을 0교시에 실시(3.8%)하거나 1교시 시간을 앞당기거나(14.6%) 점심시간을 줄여(8.0%)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 교사는 "7교시 수업으로 학생과 교사 모두 피로가 쌓여 수업 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실제로 교사의 69.3%가 주5일 수업제 실시 이후 토요일 휴무로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응답했지만 주중에 해야 할 수업이 늘어나 힘들다고 답한 비율이 58.8%에 달했다. 토요일에 등교하는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등 새로운 업무부담이 늘었다고 응답한 교사도 41.9%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업무부담과 피로누적은 고스란히 학생과의 대화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친교활동을 할 시간도 없다" "다양한 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학생과 보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