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3월 18일] 노무라를 보라

일본 금융기관들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제조업체들은 수십년 전부터 세계시장을 주름잡으며 일본을 '세계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전혀 딴판이었다. 덩치는 컸지만 경쟁력은 금융 선진국인 미국ㆍ영국은 물론 홍콩 등에 비해서도 턱없이 뒤졌다. 일본의 은행을 경험해본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후진적 시스템에 혀를 내둘렀다. 1억 3,000만명의 거대 내수시장에 안주하며 바깥 세상과는 담을 쌓은 결과다. 일본 특유의 호송선단식 경영, 관치에 안주한 대가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눈이 변하고 있다. 노무라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월가를 휘젓는 노무라에 미국ㆍ영국은 경계의 눈초리를,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호기심과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노무라가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 법인과 유럽ㆍ중동 부문을 삼켰을 때 모두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실제 리먼브러더스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며 '껍데기 리먼'만 남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먼브러더스의 유럽ㆍ중동 부문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노무라는 강했다. 리먼브러더스 인력이 떠나면 공격적 스카우트로 이를 보충했다. 도이체방크ㆍ씨티그룹 등의 우수 인재도 노무라를 선택했다. 월가 공략의 전초기지인 노무라 북미법인의 인력은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도 기록했다. 최근에는 월가에서 30억달러 채권까지 발행했다. 투자은행(IB) 사업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리먼브러더스 인수 전 1.5%에서 5.2%로 껑충 뛰었다. 좌충우돌 1년6개월.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노무라는 이제 성공적으로 월가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시탐탐 세계시장 진출을 노려온 노무라가 리먼브러더스를 발판으로 엘리트 그룹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준비하고 도전하지 않았으면 이런 결과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은행과 증권사들은 어떤가. '세계100위권 은행 탄생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가' '내수시장이 작다는 태생적 한계를 핑계 삼지는 않았나' 묻고 싶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과연 글로벌 무대에서 뛸 준비가 돼 있는가. 노무라와 같은 도전정신은 지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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