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책임 행정


얼마 전까지 기상관측 이후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지금이야 찌는 듯한 무더위를 보이고 있지만 8~9월 본격적인 태풍 시즌을 앞두고 수해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는 당연히 천재지변이라고만 생각했던 홍수ㆍ가뭄 피해가 이제는 기상 예측 미흡, 배수시설의 관리 소홀, 난개발 문제 등으로 인한 정부 책임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책임 행정 범위가 포괄적 의미로 확대되는 것이다.


도로정비 소홀로 인한 교통사고나 방치된 웅덩이에서의 익사사고, 관리인이 없는 기차건널목에서의 사고 등에 대해서도 사법부는 모두 국민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행위의 작위는 물론이고 행동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당연히 국가에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국가의 본질을 생각하면 책임 행정의 적극적 해석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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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이 10조원 이상 투입되는 방위사업도 적극적 책임 행정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과거 방위사업은 국가안보의 주역이라는 미명하에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 노력이 부족했고 부정당 업체에 대한 제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보호정책으로 인해 방산업체도 투자나 기술 개발에 소극적이었고 국내 시장 점유율에만 집중했지 세계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방위사업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책임 행정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제재가 미뤄져오던 부정당 업체에 대해 입찰 참가 제한 등의 처벌을 강화했으며 방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장화와 개방화, 수출 촉진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그 밖에 잘못된 제도도 개선하고 있고 그 효과가 서서히 빛을 발하는 중이다. 방산업체도 새로운 제도에 맞춰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사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의문도 품지 않았던 관행과 절차를 극복해 국민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칫 빠지기 쉬운 행정 편의주의 함정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익숙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책임 행정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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