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최규연 조달청장

"대기업 위주 MRO시장에 중소기업 참여 확대시킬 것"



정부 조달시장 中企제품비율 현 60%에서 보다 더 높일것
'우수제품제' 동반성장에 도움… 中企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
해외조달시장 진출 적극 지원… 정부기관 연계 시스템 만들터
"동반성장 문제는 매우 큰 화두입니다. 시장경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양극화인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동반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제도도 물론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해야겠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취임 4개월을 맞고 있는 최규연 조달청장은 "국가적으로 동반성장이 최대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정부는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 등 친서민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정책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조달청 또한 현재 60% 이상인 정부조달시장에서의 중소기업 구매비율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 위주인 조달물품 구매대행시장(MRO)에서의 중소기업 참여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최 청장은 "미국 조달청은 중소기업 제품구매 비중이 27%인데 우리는 60% 이상을 구매하고 있다. 다만 같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이 더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경우 조달청의 지원도 지속 가능한 것으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청장은 이 같은 차원에서 대기업이 공급하고 있는 소모성 조달물품 시장에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의 소모성 물품 구매대행 규모는 연간 120억원 정도로 작은 편이다. 이것을 꼭 대기업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일단 연말까지 계약돼 있는 것은 그대로 진행하겠지만 이후에는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될 경우 합법적으로 일이 풀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중소기업이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이와 함께 조달청이 도입해 추진 중인 우수제품제도가 동반성장 부문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우수제품 기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밝혔다. "중소기업 우대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 더 많은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수조달 제품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품질보증을 받았다는 뜻이니 기업입장에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큰 무기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진출에서도 도움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제도로 정착시켜나갈 것입니다." 최 청장은 "한번 지정됐다고 해서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3년마다 '지속이냐, 아웃이냐'를 심판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중소기업들이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20~30명 직원을 가진 중소기업을 방문해보면 4~5명의 연구원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이 우수제품 지정을 여러 번 받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 대기업의 횡포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일부 여행업체의 반발에 직면한 초ㆍ중등학교 수학여행의 조달계약공급에 대해 최 청장은 무엇보다 수학여행의 당초 취지와 목적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지나친 경쟁으로 여행사 경영난이 생기고 저질 여행상품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학여행 상품의 조달공급은 수학여행의 취지와 목적으로 최대한 살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습니다. 이 제도의 궁극적 취지는 경쟁촉진을 통해 서비스와 품질을 개선시킴으로써 학생들이 가장 안전하게 최상의 수학여행을 경험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업계와 교육계의 우려를 최대한 반영해 교통과 숙식의 분리발주 등 큰 충격 없이 이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청장은 중소기업의 원자재난을 덜어주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큰데 조달청은 이를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 원자재 비축제도와 공급제도, 중기지원방안 등을 밀도 있게 분석하려 합니다. 시장에서 비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사놨다가 가격이 오르면 물가안정 차원에서 공급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모든 것들이 시장원리의 흐름 안에서 돌아가는 시대인 만큼 원자재 비축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제대로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남미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최 청장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자주 해외에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달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열심히 뛰면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달청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제까지 조달청의 업무영역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시대 국제조달시장은 더욱 커지게 되며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민간기업이 다른 나라 정부나 공공기관을 카운터파트너로 해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조달청이 나서서 진출방안에 대해 협의도 하고 우수기업도 소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 업무를 해나가면서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달청의 역할을 변화시켜나갈 것입니다." 현재 조달청은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민관합동기구를 구축하고 있다. 외교통상부ㆍ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ㆍ중기청ㆍ조달청ㆍKOTRAㆍ코이카ㆍ대외연구기관 등을 총망라한 조달시장 진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조달청 대표 브랜드인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의 해외수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몽골ㆍ코스타리카에 수출된 상태이며 하반기에는 튀니지에도 진출합니다. 나라장터를 이들 국가에 그대로 이식하는 데는 문제가 있지만 그 나라의 IT환경, 법제 등에 맞춰 수출하면 됩니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나라장터의 중남미 수출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진출업체가 수익을 따지기에 앞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구해놓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추가적인 수출도 가능합니다." "중앙부처 관료는 할 일을 찾으면 얼마든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소신이라는 최 청장은 일이 많다고 말하지 말고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면 여유를 갖고 할 일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은 자기의 책임과 수준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합니다. 단순업무까지 모두 껴안고 가지 말고 과감하게 아웃소싱해야 합니다. 핵심업무에 집중할 때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최 청장은 최근 코스타리카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에너지 및 환경 분야 한국 중소기업을 소개해주었는데 그가 "멀리 온 보람이 있다. 나중에 코스타리카에 직접 와서 한국 기업을 소개해 달라"고 인사한 데 이어 이후 주한대사를 통해 "'한국방문 일주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기업설명회였다'는 얘기를 다시 전해와 큰 보람이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 즐거워야 인생 즐거워"… 단순업무 과감한 아웃소싱 주문"
■최규연 청장은 "즐거워야 일할 의욕도 나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일도 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직장에서 개인의 에너지가 최대한 발산되고 이를 통해 조직이 발전하게 된다는 점에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야 합니다." 최규연 조달청장은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이를 모른 채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며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취임 이후 단순업무의 과감한 아웃소싱을 주문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하려다 보니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스스로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 청장은 직원들에게 아웃소싱할 위탁대상업무를 발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직원 스스로 단순업무와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와 함께 위탁업무처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취업기회가 많다는 얘기에 원주농고에 진학했었다는 최 청장. 그는 고교 졸업 후 5년 동안 취업 대신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공부에 뜻을 두었고 방통대를 거쳐 동국대 행정학과에 편입했으며 졸업을 앞둔 1981년 행정고시(24회)에 합격했다. 젊은 농부에서 능력 있는 관료로 변신에 성공한 것. 그는 재정경제부 국고과장과 국고국장을 지내며 현재 국채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면서 우리나라 국채시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국고과장 시절 원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을 국채와 통합 발행하도록 진두지휘했고 국채 시장 조성에 무엇보다 중요한 국고채전문딜러제도 또한 그의 작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지난 2009년 2월 국고국장이 된 뒤 국채발행제도의 개편을 추진해 추가경정 예산편성에 따른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했다. 국채응찰률을 100% 내외에서 200~30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한국국채 선호도를 상승시켰다. 최 청장은 격식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서로 편안하게 대화하고 만나면 자연스럽게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대변인으로 이 같은 소신을 실천했다. 곳곳에서 언론과 부딪히던 시절이었지만 모든 언론과 큰 마찰 없이 소임을 다할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했다.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면서도 직원들의 마음을 늘 편하게 해준다는 평을 받는다. 국고국장 시절 조달청 업무와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최 청장이 지금 조달청의 조용한 변신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약력 ▦1956년 강원 원주 ▦1972년 원주농고 졸업 ▦1978년 방통대 행정학과 졸업 ▦1998년 영국 버밍엄대 경제학 석사 ▦1999년 대통령 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 ▦2001년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장 ▦2004년 미국 국제부흥개발은행 자문관 ▦2007년 재정경제부 홍보관리관 겸 대변인 ▦2008년 기획재정부 회계결산심의관 ▦2009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2009년 금융위원회 증선위 상임위원
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 중남미 4개국에 수출 추진
입찰부터 계약·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처리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공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달업체 등록에서부터 입찰ㆍ낙찰ㆍ계약, 그리고 대금지급과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과정을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외국가로부터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것. 세계은행과 국제개발은행 등 국제기구까지 개도국의 투명성과 정보통신 인프라 향상을 위해 전자조달을 포함한 전자정부 사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나라장터의 수출길이 넓어지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가 수출된 국가는 지금까지 베트남ㆍ코스타리카ㆍ몽골 등 3개국. 올해 하반기에는 튀니지에 수출된다. 또 하반기 중 자메이카ㆍ트리니다드토바고ㆍ수리남ㆍ벨리츠 등 중남미 4개국을 대상으로 타당성조사를 실시해 나라장터 수출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조달청은 1인당 GNI와 유엔 전자정부지수를 토대로 수출대상국가를 선정해 이를 4개 그룹으로 구분해 차별화된 수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ㆍ인도ㆍ페루ㆍ모로코 등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한 1그룹에 대해서는 타당성 조사와 시범 시스템 지원 후 유상수출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며 아르헨티나ㆍ카다르ㆍ사우디ㆍ쿠웨이트 등 중진국 중심의 2그룹에 대해서는 전자조달 분야 협력관계 구축과 나라장터 유상수출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저개발국가 중심의 3그룹에 대해서는 MOU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잠재고객으로 육성하고 선진국 중심의 4그룹에 대해서는 전자조달협력 및 수출파트너십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FTA 체결 또는 협상 중인 국가에 대해서는 나라장터 수출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페루ㆍ콜롬비아ㆍ터키 등 FTA 체결 추진국가와 조달정보를 전자적으로 교환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파나마ㆍ쿠웨이트 등 전자조달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와는 조만간 MOU를 체결해 조달관련 법ㆍ제도 컨설팅, 자문관 파견, 전자조달 타당성 조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달청은 베트남ㆍ코스타리카ㆍ몽골ㆍ튀니지 등을 거점국가로 삼아 주변국에 나라장터를 공동 수출함으로써 수출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거점국가를 활용할 경우 문화ㆍ언어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차적으로 거점국가인 코스타리카와 공동수출 방식으로 중남미 시장 진출에 나선다. 최규연 조달청장은 "나라장터 수출이 확대될 경우 우리 기업 또한 해외정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조달제품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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