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등 밝히며 회사살리기 적극 나서<br>일자리은행·퇴직자 의료보험 문제도 양보
| 크라이슬러의 톰 라소다(연단 위) 부회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시에 위치한 생산 공장‘콜레도서플라이어파크’에서 자사 대표 브랜드인 지프(Jeep) 차를 앞에 두고 직원들에게 회사의 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톨레도=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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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자동차 '빅3'가 의회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 삭감을 포함, 이미 체결한 노사 협약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빅3가 내야 할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퇴직자의료보험펀드(VEBA) 출연금 연기 요청을 수용하는 한편 해고 근로자에게 최대 2년간 과거 임금의 95%를 지급하는 '일자리은행' 제도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론 게텔핑거 UAW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에서 지역노조 대표와 회동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고통분담 계획을 발표했다. 게텔핑거 위원장은 빅3 경영진과 함께 4, 5일 구제 금융을 검토중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제너럴 호리에필드 크라이슬러 노조 위원장 겸 UAW 부위원장은 "공장이 없이는 노조도 없다"며 빅3 생존을 위해 노조원들의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UAW의 이번 고통분담 계획 가운데 노사협약 수정은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일자리은행 및 VEBA 건은 노조 동의없이 시행이 가능하다.
UAW는 수정 대상 노사협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임금 삭감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UAW는 지난해 4년마다 갱신하는 노사협약에서 시간당 임금 26달러 내외에 합의했다.
일자리 은행은 해고 근로자에게 최대 2년 동안 과거 급여의 95%를 지급하도록 한 복지 제도로 디트로이트 비효율성의 상징으로 지목돼 왔다.
이는 지난 80년대 노조가 생산성 개선작업에 동의해 준 반대 급부로 회사로부터 양보 받은 것으로 현재 3,6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구제 금융 법안을 논의중인 미 의회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고한 근로자에게 일하지 않는데도 종전과 거의 같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질책 한 바 있다.
할리 사이켄 UC버클리대 교수는 "일자리 은행은 노조가 수 십년 동안 투쟁한 결과물"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매우 중요하고 고통스런 희생"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로 일자리은행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UAW는 빅3 경쟁력 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퇴직근로자 의료보험 문제에 대해서도 양보했다.
노사는 지난해 노사협약을 통해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해온 퇴직근로자 의료보험을 노사 공동 부담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노조가 운영할 의료보험펀드(VEBA)에 회사가 일부 금액을 출연하기로 했다.
2010년부터 시행될 이 펀드에 출연할 금액은 ▲GM 299억 달러 ▲포드 132억 달러 ▲크라이슬러 88억 달러에 이르며, 당장 내년 중 GM과 포드는 각각 75억 달러와 63억 달러를 내야 한다. 회사측은 운영 자금 고갈로 노조측에 출연금 연기를 요청해왔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지도부가 빅3 구제 금융 재원조달이 난제로 떠오르자 파산 신청 이후에 구제금융을 추진하는 새로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