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수출주도형 성장' 환율 하나에 흔들… 내수 키워 안전판 마련을

[기로에 선 외환관리] 2부 <하> '외발 자전거' 경제구조 고쳐라<br>'저환율정책' 고수하다간 제2 외환위기 배제 못해<br>1,000조 육박 가계부채가 수입물가 하락 효과 상쇄<br>수출·대기업위주 전략 탈피 의료·관광 서비스업 키워야



원ㆍ엔 환율이 32개월 만에 1,100원대에 진입하면서 수출 전선에는 긴장감이 잔뜩 높아졌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일본 경쟁업체를 제치며 선전하던 업체들은 불과 몇 개월 새 역전된 상황에 말 그대로 '환율 쇼크'에 빠진 표정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추산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 수출과 내수의 기여도는 각각 1.2%와 0.8%다. 수출이 성장을 이끈 구도다. 지난 2011년에는 쏠림현상이 더 심각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6%에서 수출은 2.6%나 차지하지만 수입은 1.1%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수출이라는 '외발자전거'에 의존한 셈이다. 수출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과 다름없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버티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며 "우리 경제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수출 외풍에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우려했다.

◇저환율 정책, 우리 경제에 독 될까=지난해 말 외환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자 이를 '고환율 정책의 종언'으로 해석했다. 현 정부처럼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방식으로 환율을 관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물가안정과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한 박 당선인의 공약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저환율 정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무차별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저환율 정책을 고수하다가는 경상수지를 점차 악화시키고, 결국 경상수지 적자전환에 따른 '제2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예측도 나온다.

물론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월등히 강화됐고 외환보유액이 3,200억달러 이상 쌓였으며 통화스와프 등 각종 안전장치도 과거에 비해 잘 구축된 상태에서 이 같은 우려는 지나치다는 의견이 아직까지 다수를 이룬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전환에 따른 당혹감을 경험해본 관료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각종 비판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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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 급등으로 수출업체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업체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지난해 3% 중후반에서 올해 2% 중반, 오는 2014년 2%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는 곧 '달러의 부족'을 의미한다"며 "우리나라의 교역규모가 크더라도 국가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투자가들이 위험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체력 비축해야=환율하락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공식도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식대로라면 수입물가 하락이 곧 원자재가격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물가도 시차를 두면서 내려야 한다.

하지만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얼어붙은 고용시장은 이 같은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다. 오히려 수출경기에 연동된 내수시장만 위축시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결국 차기 정부가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막고 순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내수활성화 대책을 통해 외풍에 흔들리는 수출에 안전판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의 경제전략을 전면 재점검하고 소득 3만달러 시대로 성장하기 위한 내수확충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당장 교육ㆍ의료서비스와 관광ㆍ레저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국내외 투자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장만 바꿀 뿐 추진실적이 미미했던 서비스업 발전방향을 전면 추진해야 한다. 지금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비스업 육성'을 새로운 과제인 양 외치지만 국회에는 현 정부가 추진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먼지가 쌓인 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확충이 필수"라며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적극 육성해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발굴의 지렛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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