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건강보험 확대보다는 내실 다질 때

오랜만에 건강보험 재정이 누적수지 흑자를 기록하자 정부가 내년부터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보험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환자부담이 연간 1조5,00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정부는 현재 총 진료비의 56% 정도인 건보혜택 비율을 오는 2008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7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중증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발생한 건강보험의 당기 재정수지 흑자는 장기적인 추세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험적용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7월 지역과 직장의 재정을 통합했으나 지역보험의 경우 올해 1,586억원에서 내년에는 7,665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직장 가입자들이 지역 가입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데도 내년의 당기흑자는 올해의 절반 수준인 7,713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고지원을 대폭 확대했고 매년 담배부담금까지 거둬들여 적자를 메워왔다. 더구나 불경기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않아 총 의료매출이 40% 가까이 줄어든 것도 건보재정의 흑자 전환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를 당초 예정됐던 8%보다 훨씬 낮은 2.38%만 인상하고 건보 수가도 올해보다 2.99%만 올리는 만큼 환자의 본인부담금에는 거의 변동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가입자의 경우 단독주택 등의 ‘주택가격공시제’ 실시로 과표가 두 배 이상 오르면 보험료도 덩달아 올라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사례가 상당수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건보재정이 흑자를 냈다고 해서 보험대상을 무턱대고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발생 소지가 높은 과잉 진료 등 의료 과소비를 막아 건보재정의 누수현상을 막는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화급하지 않은 고가의 의료행위는 담당 의사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승인을 받도록 한 선진국의 사례도 연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의 확대보다는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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