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OB맥주, 옛주인 AB인베브 품으로

사모펀드 KKR서 58억달러에 5년 만에 재인수 합의 … 상반기 내 완료

사명·현 경영진 그대로 유지

亞 공략 거점으로 육성할 듯


오비(OB)맥주가 사모펀드인 콜버그그래비스로버츠(KKR) 등에 인수된지 5년 만에 원래 주인인 안호이저부시(AB) 인베브의 품으로 돌아간다.

AB인베브는 KKR·에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과 맥주를 재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58억 달러(약 6조1,677억원)로 오비맥주의 기존 대주주인 KKR 등이 2009년 당시 오비맥주를 사들일 때 금액(18억 달러)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양측이 오비맥주 재인수에 합의함에 따라 향후 오비맥주는 미셀 두커리스 사장이 총괄하는 AB인베브 아·태지역에 속하게 된다. 오비맥주 한국본사 사명은 그대로 유지되며 경영도 장인수 대표를 중심으로한 현 경영진이 맡는다. AB인베브의 오비맥주 인수 완료는 국내 법상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올 상반기 내 완료될 예정이다.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대표는 "오비맥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서 AB인베브의 입지를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한국시장에서 AB인베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오비맥주 임직원들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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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당초 시장의 예상 매각금액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것은 이미 오비맥주 점유율이 최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이 아닌 아시아 시장 전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2009년까지 2위에 머물렀던 OB맥주가 2011년 이후 국내 1위로 우뚝 선 만큼 향후 AB인베브가 OB맥주를 아시아 맥주 시장을 공략할 거점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AB인베브 품으로 돌아간 데 대해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B인베브가 2009년 오비맥주 매각 당시 KKR 등으로부터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권리(바이백 조항)를 획득한 바 있어 오비맥주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계약 상대 1순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특히 오비맥주가 매각된지 5년이 지나 오는 7월 오비맥주 지분을 재매입할 권리(콜 옵션)를 행사할 수 있고 KKR·어피티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가 다른 회사로 오비맥주를 재매각할 경우 이익의 15%를 배분받는 권리(언아웃·Earn Out)도 AB인베브가 갖고 있어 국내외 주류업계에서는 "콜 옵션 행사기간인 7월보다 다소 인수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예상 밖의 일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맥주 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오비맥주는 지난 1998년 IMF외환위기 당시 모기업인 두산이 AB인베브 전신인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팔았다. 인터브루는 2009년 미국의 안호이저부시와 합병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18억달러(당시 약 2조3,000억원)를 받고 KKR 등에 회사를 매각했다.

한편 세계 최대 맥주그룹인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함에 따라 오비와 하이트가 양분하고 있던 국내 맥주 시장은 올해 롯데맥주까지 가세하기로 예정돼 있어 일대 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B인베브가 2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맥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수입 맥주들이 대거 상륙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시장에서 수입 맥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시장을 계속 빼앗겨온 하이트맥주와 상반기 새로 맥주 시장에 진입하는 롯데주류 등 국산 맥주들이 차별화로 전열을 가다듬지 않으면 수입 맥주와의 싸움에서 기선을 자칫 기선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통해 한국 시장에만 올인하기보다 중국 등 아시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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