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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의 변심…백기든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7개월 만에 연 2.50%로 전격 인하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꿈쩍 않던 김중수 총재마저 이번엔 인하에 표를 던졌다. 매(강경파)가 비둘기(온건파)로 돌아선 것이다. ‘변심’이다.
한은의 금리인하로 외다리를 짚던 정부의 부양책은 힘을 받게 됐다. 글로벌 금리인하 행렬에 한국도 뒤늦게나마 뛰어들면서 일본 아베노믹스가 촉발한 통화전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달과 경기 상황이 전혀 변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성장 경로를 가고 있다”면서, 불과 며칠 전까지도 “우리가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이냐”고 외쳤던 김 총재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팽배하다.‘변심’이 아니라 ‘변덕’이라는 얘기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금리 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닌, 6대 1로 결정됐다”며 “총재는 보통 소수의견이 아니다”고 밝혔다. 총재 역시 금리인하 의견을 냈다는 얘기다.
금통위는 금리를 내린 배경을 적시한 ‘통화정책방향’ 설명문에서 국내 경기와 관련,“수출이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유지했지만, 내수지표가 개선과 악화를 반목해 성장세가 계속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억지로 꿰 맞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로지역의 경기회복 지연이나 미국의 재정긴축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내수의 경우 최근 소비가 오히려 회복 기운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날 금리인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거센 압박에 한은이 백기를 들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실제로 김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추가경정예산에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노력하는데 중앙은행이 같이 동참하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전선에 전면에 나섰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금리를 내려야 할 때 내리지 않고, 떠밀려 뒷북 인하를 한 것에 대한 논란은 두고두고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금통위의 이번 조치는 한은 스스로 청개구리 정책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