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터리] 농업에 투자하면…

안종운<농업기반 공사 사장>

“농사를 지으면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하고 여불위가 묻자 그의 아버지는 “10배” 라고 대답했다. 여불위가 다시 “보석장사를 하면 몇 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100배”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만약 돈으로 나라의 임금을 사서 그 나라를 평정하면 몇 배의 이익이 생길까요?” 하고 묻자 “그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고 답했다. 이에 여불위는 당시 인질로 잡혀온 진나라 황손 이인에게 투자, 결국엔 자신의 아들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의 황제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상인 여불위가 그의 아버지와 나눈 유명한 대화의 일부분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고전적 교훈이다. 한 두푼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를 보는 안목과 투자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장사를 하는 사람뿐이겠는가? 개인이나 기업, 국가에 있어 미래를 전망하고 올바르게 투자를 하는 것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 일화에는 농업에 투자하는 것에는 경제적인 이득으로만 따질 수 없는 다양한 이득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농업 중 논농사 하나가 가지고 있는 공익적, 환경적인 가치만 해도 연간 8~13조원에 달할 정도로 천문학적이라고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주 5일제 등에 따른 여가수요의 충족,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까지 감안한다면 농업과 농촌에 대한 투자가 꼭 손해나는 장사만은 아닐 것이다. 식량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생태경제학자인 레스터 브라운이 최근 저서 ‘플랜B’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곡물 수확감소와 이로 인한 세계 식량수급 환경의 급속한 악화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그 경우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피해의 범위 안에 들게 된다. 여불위와 그의 아버지의 대화에서처럼 농업과 농촌에 대한 투자효과는 경제적 가치로 10배에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환경적인 가치라는 미래지향적 안목으로 본다면 나라를 사는 것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농업ㆍ농촌 투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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