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저축증가와 소비진작의 딜레마

올해 저축률이 지난 88년이후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얼어붙은 경기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우려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저축률이 높으면 이 재원이 산업자금화해 공장을 돌려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內需)로 연결돼 경기를 진작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같은 사이클이 제때에, 그리고 잘 돌아가야 나라가 발전한다. 우리가 개발연대(年代)에 예·대출간의 역(逆)마진제를 실시, 저축을 장려한 것도 바로 산업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후 소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총 저축률은 지난 88년의 39.3%를 피크로 소비가 늘면서 꾸준히 하락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34.6%로 낮아졌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6.6%, 최종 소비증가율을 11.9%로 보고 총 저축률을 계산한 결과, 37.8%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내년에도 37.4%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저축률 상승이다. 저축률이 이처럼 높아지게 된 것은 소득이 줄었지만 소비(지출)를 더 줄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무분별한 과소비로 저축률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맨 탓에 저축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저축률 상승은 대외수지가 개선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면도 있지만 극단적인 소비침체의 결과여서 그만큼 문제점도 있다. 바람직한 저축률 상승은 소득증대와 합리적인 소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도 당분간은 씀씀이에 대한 기대는 힘들 것같다.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실감이 난다. 최근 도시직장인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59.9%가 퇴직 등 긴급상황에 대비, 현재의 저축액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직장인이 실직할 경우 저축한 돈으로는 6개월정도 밖에 버틸 수 없다는 불안감이 직장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악순환의 되풀이다. 초긴축을 하는 탓에 저축률은 올라가지만 이 재원이 은행에서 산업현장에 제대로 수혈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침체에 공장가동마저 중지돼 총체적인 위기 국면이다. 결국 소비를 늘리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저축은 저축대로 하되 건전소비를 장려해야 한다. 특히 가진사람들이 소비에 앞장서야 한다. 외국에 나가서 아까운 외화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써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