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제2의 케인스를 기다린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죽었던 카를 마르크스가 부활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미국의 빈곤수준이 20여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마르크스의 옛 이론을 뒤적여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잡지는 마르크스의 주장이 수많은 오류를 갖고 있지만 자본주의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기본 전제나 산업예비군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작금의 상황과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1920년대의 대공황 연상케 해 사실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설이나 은행시스템의 붕괴, 단일통화인 유로화 붕괴 등 매일같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건들은 투자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국가적 위기로 지목했던 미국의 높은 실업률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상대적 과잉인구론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데이비드 하비 교수 같은 이는 자본주의라는 자멸의 씨앗을 뿌리기 마련이고 이런 점에서 미 공화당은 결국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과거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마다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재정난을 타개하겠다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으며 미국도 치솟는 실업률과 주택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불황이나 증세에 따른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살자가 위기 이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을 정도다. 심지어 자본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월가에서도 금융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을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들과 일부 시민들로 촉발된 시위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까지 내걸고 열기를 더해가고 있으며 보스턴이나 LA 등 다른 대도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 금융의 상징인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둘러싼 시위대의 모습은 제3세계에 사는 이들로서는 다소 낯설게만 느껴질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칠레나 인도∙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에서 궁핍한 생활과 무능력한 정치세력에 대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과 서민들이 떠맡는 긴축정책, 고물가와 빈약한 사회보장,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좌파정권이 득세를 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치러진 프랑스 상원선거에서는 지난 1958년 5공화국 출범 이래 처음으로 좌파진영이 승리했고 덴마크나 노르웨이에서도 좌파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경제위기가 4년째 이어지면서 과거 1920년대의 대공황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리먼사태 당시 금융위기를 각국의 과감한 정책 동원으로 일단 극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국의 정책수단이 바닥을 드러낸 가운데 효율적인 공조마저 이뤄지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세계 경제에 깊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과감한 대책 필요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본주의는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한 단계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왔다. 자본주의의 혁신능력이나 자기조절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과거 대공황기에 각국이 정책공조를 이뤄내지 못했다가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어느 특정국가의 차원이나 주도권 경쟁에 머물러 있을 수준이 아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시 빨리 글로벌 차원의 과감한 대책을 펼쳐가야 한다. 그 길만이 자본주의가 몰락할 것이라는 예언이 틀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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