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비중 18% 돌파에 편입비중 놓고 저울질
삼성전자의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내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8%를 넘어서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매니저들이 펀드내에 삼성전자 비중을 얼마로 가져가야 할 지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56%(7,000원) 오른 126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장중 한때 127만7,000원까지 올라 하루만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올 들어 삼성전자의 상승률은 19.75%. 코스피지수 상승률(11.85%)을 훨씬 웃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시가총액 내 삼성전자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200 지수 내에서 삼성전자 보통주의 시총 비중은 18.29%로 2006년 2월 13일(18.4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비중은 13.61%였다.
시총비중이 20%에 육박하면서 자산운용사들로서는 펀드에 삼성전자 주식을 더 담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중을 늘리지 않는 것도 리스크다. 시총 비중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펀드를 운용한다지만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액티브펀드 매니저들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인 셈이다.
올 들어 국내주식형펀드의 유형별 성과를 봐도 매니저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대형성장형펀드들이 주로 포함된 일반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9.70% 오른 반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는 12.30%의 성과를 내 3%포인트 가까이 성과가 앞섰다.
한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인덱스펀드는 삼성전자 비중만큼 더 담으면 되지만 액티브펀드 매니저들은 삼성전자를 더 담아야 할지, 아니면 지금 당장은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상승여력이 더 높은 종목을 담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만 독주하는 구도가 깨지려면 상장 기업들의 실적모멘텀이 살아나야 하는데 당분간은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조4,587억원이 국내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빠져나갔다. 자금 유입이 이어진다면 최선호주와 차선호주를 모두 사들일 수 있지만 환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덜 좋은 종목을 팔아 펀드멘털이나 수급여건이 더 좋은 종목을 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 펀드매니저는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매니저는 일부 주식을 팔아 현금화해야 하는데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팔기는 어렵다”며 “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가 실적 전망이 밝은데도 줄곧 소외된 이유도 삼성전자의 강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