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원 잇단 영장 기각에 檢 "구속기준 헷갈리네"

일선 검사들 기소방식 문의 크게 늘어


“10억원을 사기친 피의자인데 구속해야 될까요, 불구속 해야 될까요?” 27일 검찰에 따르면 요즘 전국 각 검찰청에서는 고참 검사들이 후배 검사들의 이 같은 질문에 난감해 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고참 검사가 판단할 땐 당연히 ‘구속 기소’감인데, ‘불구속 기소’를 묻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법원이 지난 해부터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영장실질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영장기각이 크게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참검사는 “법원에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일선 검사들이 구속 기준 자체를 헷갈려 하고 있다”며 “수십억원을 사기친 피의자에 대해서도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구속 기소할지, 불구속 기소할지를 묻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는 “법원이 영장발부 요건을 엄격하게 본다면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여부만 판단하는 것 같다”며 “거액 사기꾼의 경우 재범 우려가 높은데도 법원이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시킬 게 뻔해, 요즘은 아예 불구속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가 예상되는 경우 불구속하면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 해 초 피의자 인권 강화를 위해 영장발부를 엄격하게 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했고, 이후 영장기각 사례는 지역에 따라 최고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전국서 법원과 검찰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반형사ㆍ공안ㆍ부패ㆍ강력사범 등의 사건처리 기준을 10월말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200여개 범죄유형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사건처리 기준을 마련, 연내 전국 검찰청에서 시행하게 되면 구속기준을 둘러싼 혼란은 일정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속기준을 마련하면 변호사들도 구속과 불구속을 예측할 수 있는 등 검찰의 사건처리 투명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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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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