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그리스 - 채권단 강대강 충돌 '살얼음판'… 독일·ECB 선택만 남았다

■ 긴축 반대… 기로에 선 그리스

재협상 불발·장기화 땐 전면적 디폴트 불가피

35억유로 만기 돌아오는 20일전까지 활로 터야


그리스 국민들이 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국제채권단이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경제개혁(증세·연금삭감 등)을 압도적인 표차로 거부하면서 국가재정난의 극적 해소 가능성은 물 건너가게 됐다. 당장 그리스와 채권단에 남은 선택은 급격한 파국이냐, 기나긴 교착상태 재개냐, 점진적 접점 모색이냐의 세 가지 방향뿐이다. 가장 나쁜 파국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 현실화다. 즉, '채권단 지원 중단→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및 은행 도산→전면적 디폴트(채무불이행)→그렉시트'에 이르는 도미노 사태다. 그러나 활로 모색이 어려운 만큼 이 같은 파국에 이르기도 쉬운 것이 아니다. 정치적·경제적·법리적으로 절차와 요건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협상재개 여부 따라 크게 갈려=블룸버그 등의 분석에 따르면 당장의 갈림길은 두 가지다. 우선 그리스와 채권단이 즉각 3차 구제금융협상을 개시할지 여부다. 만약 협상이 열리지조차 않고 완전히 불발되거나 장기간 지연되면 채권단도, 해외 투자가도 그리스에 자금수혈을 미루거나 거부하게 된다. 이는 결국 정부와 은행·민간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면서 전면적인 디폴트 및 그렉시트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반면 즉각 구제금융협상이 개시된다면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협상 타결 시까지 긴급자금을 수혈해주면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일단 당장의 파국은 막을 수 있다. 다만 이후에도 여전히 생사의 갈림길이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다. 최선은 협상 테이블에서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나마 새로운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 안을 그리스 국민들이 지지한다면 최종 타결돼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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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정안을 놓고 그리스나 채권단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거세면 그리스 정부는 지난주 말처럼 다시 국민투표를 개시해 찬반을 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찬성이 압도적이면 구제금융을 받게 되지만 반대가 우세하면 적어도 개각이나 조기 총선 등을 통한 정권교체가 불가피해진다.

◇데드라인은?…늦어도 20일=어떤 경우라도 오는 20일까지는 최소한 협상 개시 여부의 방향이 잡혀야 한다. 이날은 35억유로에 달하는 빚을 ECB에 갚아야 하는 만기일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이때까지 그리스 정부가 자구 노력으로 이 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CB에마저 빚을 갚지 못하면 그리스로서는 더 이상 급전할 수 있는 창구가 남지 않게 된다.

◇키는 누가 쥐고 있나?…ECB와 독일=당장 사태수습의 키는 ECB가 쥐고 있다. ECB가 그리스 은행권에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추가로 확대하느냐 여부에 따라 뱅크런 및 은행 부도사태 발생 여부가 갈리게 된다. 또 다른 키는 최대 채권자인 독일이 쥐고 있다. 1차적으로는 정부 간 협상의 독일 측 최종 결정권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강력한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보다 더한 장벽이 그 뒤에 있다. 그리스에 더 강경한 분데스탁(독일 연방하원)이다. 가디언 등 유럽 주요 일간지들은 독일 정부가 그리스 측과 잠정안을 가져오더라도 분데스탁이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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