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2002 월드컵축구대회 개막일인 5월31일은 공교롭게도 국회개원 54주년과 겹쳤다.
이날 서울의 상암경기장에선 지구촌이 지켜보는 가운데 월드컵대회가 성대하게 개막됐다. 반면 이날 강 건너편의 국회는 여의도 의사당에서 의장도 없는 개원기념식을 썰렁하게 치렀다.
지금 온 국민은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온갖 지혜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국민적인 분위기에 역행하는 집단이 다름아닌 국회라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다.
국회는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을 서야 할 위치에 있다. 그리고 실제 국회는 국민들에게 그런 식으로 요구를 해 왔다.
월드컵파업을 벌이던 근로자들에게 파업을 자제하라던 것이 국회였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거두고 직장으로 돌아갔는데 그들이 노동자 파업보다 더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으니 도대체 이러고도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후안무치 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월드컵과 관련한 각종 국제행사에 국회를 대표해 참석해야 할 의장이 없어 전직의장이 대행하고 있다.
민생법안이 국회에서 처리가 안되고 있고 , 지자체장 선거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현역의원 4명에 대한 의원직 사퇴처리가 안돼 선거 후 국회의원에 복귀해도 무방한 코미디적 사태까지 예상되고 있다.
국회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회의장을 자당에서 맡겠다고 고집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지만 이는 의장단 구성만 합의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라는 점을, 민주당은 사실상의 여당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각각 자당에서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국회에서 의장은 집권당 몫이었던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정파적 이해에 매달리면 원만한 의사진행이 어렵다. 그래서 여야는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을 명문화했다.
이 법의 취지는 의원 자유투표로 의장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당들은 저마다 자당의 후보를 고집하고 있으니 국회는 스스로 지키지 않을 법을 만든 꼴이다.
대통령이 탈당한 마당에 '사실상의 여당' 운운하는 민주당의 주장은 가당치 않고 옹색하기 그지없다. 과반도 못 되는 의석수를 가지고 '제1당 몫'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그들이 과반의석을 확보했을 때 어떤 횡포를 부릴 것인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당들은 의원 자유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해 하루 속히 국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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