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둘째를 낳고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뒀던 최모(35)씨는 지난달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최씨는 취업 6개월전부터 직업교육을 받으며 전문자격증까지 땄지만 아이 둘 딸린 그녀를 정규직으로 받아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최씨는 “출산 이후 처우가 이렇게 달라지는데 누가 애를 낳으려 하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정부가 관련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직장 여성들의 결혼, 출산, 육아 등 고용 ‘삼중고’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취업전문기업 인크루트는 최근 기ㆍ미혼 여성 1,528명을 대상으로 ‘여성 일자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73.8%(1,128명)가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적이 있으며 이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66.0%)들의 일자리 질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7일 밝혔다. 재취업 성공률은 기혼 여성이 62.3%로 미혼 여성의 72.7%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낮았다. 재취업 이후 고용의 질은 기혼자가 미혼자에 비해 현격히 낮았다. 미혼 여성의 경우 재취업 이전 69.4%이던 정규직 비율이 재취업 이후 65.3%로 4.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기혼 여성의 경우 정규직 비율이 재취업을 전후해 79.4%에서 56.6%로 22.8%포인트나 급락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기혼여성의 연봉은 2,134만원에 1,617만원으로 24.2%나 줄었다. 정규직으로 재취업 하더라도 기혼 여성의 연봉상승률(8.9%)은 미혼의 상승률(14.8%)에 비해 크게 낮았다. 미혼 여성들은 높은 급여를 위해 자발적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혼 여성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고용 불안과 임금 저하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기혼 여성들의 경우 재취업을 하더라도 이전의 경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영업, 판매, 유통매장, 조립ㆍ생산직 등 단순직종에 주로 취업하고 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재취업 전후를 비교할 때 텔레마케터(75.0%), 영업직(37.5%), 유통매장직(25.0%), 생산조립직(12.5%) 종사자가 크게 늘었다. 기업규모별로도 보면 재취업 이후 1,000명 이상 대기업 근무자는 63.2% 줄었으며 종업원 300인 이상 중견기업 종사자도 52.4%나 감소했다. 반면 종업원 100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는 28.2%나 증가했다. 한편 직장을 반 강제적으로 그만둔 경험이 있는 여성이 전체 퇴사자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경험자 1,128명 가운데 52.5%가 자발적 퇴사가 아닌 반강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기혼여성에 대한 압력이 미혼보다 거세 미혼 여성의 경우 72.2%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반면 기혼 여성은 34.2%만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밝혀졌다.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경우 퇴사의 계기로 ▦출산(33.1%) ▦육아(19.3%) ▦결혼(16.7%) 등으로 들어 10명 가운데 7명꼴로 결혼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것으로 답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여성의 취업 삼중고가 여전하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여건이 시급히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