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격 왜곡 우려하는 반독점법 넘지 못해
세계 2, 3위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와 BHP빌린턴이 철광석 공동 생산을 폭표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초대형 자원개발 합작사 설립 계획이 결국 1년여 만에 무산됐다. 철광석 등 원자재 시장을 주도하려는 두 회사의 합작 꿈은 거대 독점기업의 시장가격 왜곡을 견제하려는 각국 정부의 반(反)독점법 위력 앞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6일 호주신문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리오틴토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BHP빌린턴과의 합작회사 설립을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리오틴토 측은 아직까지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신문은 “호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작 계획이 무산돼 버렸다”며 “예상했던 대로 합작사가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가격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중국과 유럽 감독 당국의 반대가 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철강석 최대 수요국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말부터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반독점차원에서 심의해왔다.
두 회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서호주 필바라 일대의 철광석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1,200억 호주달러(1,165억달러) 규모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해 왔고, 반독점 혐의를 피하기 위해 인수ㆍ합병(M&A)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세계 각 국의 감독 당국에 호소했으나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문은 리오틴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리오틴토 이사회가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감독 당국들과 논의했던 잠재적 장애 요소에 대해 수긍했다”며 “(이날 이사회에서는) 일본,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의 답신뿐만 아니라 EC(유럽위원회) 및 호주소비자보호협회의 입장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 경쟁당국은 거대 자원개발 회사의 설립과 관련해 고위층간 긴밀히 협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각 국의 반독점법 때문에 거대 기업의 인수ㆍ합병(M&A), 합작사 설립 등이 무산되거나 위기를 겪은 것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반독점법이 일찌감치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제너럴일렉트릭(GE)-하니웰 ▦월드컴-스트린트 ▦유나이티드항공-US에어웨이 등의 합병 시도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지난 해 4월에는 IT기업인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대한 인수ㆍ합병을 선언했으나 유럽연합(EU)의 반대에 부딪혀 애를 먹기도 했다. EU는 8개월 이상 오라클의 애간장을 태운 후 올해 들어서야 두 회사의 합병을 겨우 승인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2008년 뒤늦게 반독점법을 도입한 중국의 이의제기 때문에 애를 먹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장 가격 왜곡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반독점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는 지난 해 중국 음료업체 후이위안 인수에 나섰다가 반독점법에 부딪혀 두 손을 들었고, 화이자는 와이어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중국내 돼지백신사업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각했다. 이번에 무산된 리오틴토-BHP빌린턴의 합작사 설립에 있어서도 중국 측의 반대가 강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