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식어가는 성장엔진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보통신(IT)산업이 더 이상 성장동력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코트라는 미국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중국과 일본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협회는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지난해를 정점으로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결같이 한국 경제는 지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기존 주력산업마저도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우울한 보고다. 주력산업도 경쟁력 갈수록 상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런 상황을 “정신 차리지 않으면 4~6년 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미 산업 곳곳에 상당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5년도 버티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중국의 한 자동차회사 최고경영진은 얼마 전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3년 안에 따라잡겠다고 자신했다. 세계 5위를 노리는 우리 자동차산업까지 넘보는 판이니 다른 산업은 더 걱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은 의류ㆍMP3플레이어 등 일부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으며 3년 후에는 이동통신장비ㆍ디지털TVㆍ철강도 중국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뿐만 아니다. 한때 우리에게 세계 최강의 자리를 내줬던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도 이제는 한국을 겁내지 않고 있다. 10년 불황을 통해 확보한 원가 절감 노력과 최근 엔화 약세를 무기로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중ㆍ저가품은 중국 등 후발국에 밀리고 고가품은 선진국의 견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다 아는 얘기지만 투자 부진으로 성장동력이 소진된 탓에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ㆍ노조 모두 현실에 안주한 탓이 크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독자적인 기술 개발은 등한히 한 채 선진기술을 쉽게 들여와 그럴듯하게 포장해 파는 손쉬운 전략에 너무 안주했다. 말로는 부품 국산화를 외쳤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였다면 오늘날 이처럼 후발 개도국에 쫓기고 기술 선진국에 견제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더 비난받아 마땅하다. 참여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기업 환경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규제 건수는 이전 정부보다 더 늘었다. 세계 각국은 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규제를 줄이고 세금을 깎아주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는 등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당연히 투자가 살아날 리 없고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상될 리 만무하다. 노조는 또 어떠한가. 집단이기주의와 제 몫 챙기기에만 빠진 나머지 얼마나 많은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는지 스스로 반성해볼 일이다. 5~6년 후에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를 정확히 알면 답은 금방 나온다. 더구나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지적돼왔고 해법도 나와 있다. 노사정 협력 위기극복을 실천이 관건이다. 기업들은 기술 개발, 원가 절감 노력과 함께 디자인ㆍ마케팅 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춰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노조도 투쟁보다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위기란 다른 것이 아니다.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바로 위기다. 지금 우리 경제가 힘든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처방과 치유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힘겨운 병도 이겨내면 내성이 생겨 앓기 전보다 더 튼튼해지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하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더욱 튼실해지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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