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개인회생제 악용 경영권 되찾은 박성철 신원 회장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이 사기회생·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8~2011년 부인·아들·지인 등의 명의로 수백억원대 재산을 숨겨놓은 채 "급여 외에는 재산이 없다"며 법원에 개인파산·개인회생을 신청해 270억원에 달하는 개인채무를 면제받았다. 개인회생은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일부러 채무를 키운 뒤 탕감받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등 제도가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인회생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재산이 있으면서도 개인채무를 탕감받은 박 회장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경영을 잘못해 잃어버린 회사 경영권을 빼돌린 돈으로 되찾았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신원이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갖고 있던 지분을 모두 포기했다. 이후 부인과 아들 등의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 회사 명의로 신원의 지분을 사들여 다시 최대주주가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양도소득세·증여세 등 포탈한 세금만도 2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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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국세청의 고발로 이뤄졌다. 국세청이 추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고발까지 한 것은 경영에 실패한 사주가 워크아웃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아 형편이 나아진 회사를 다시 사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 회장의 혐의를 보면 과거 세월호의 실질적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법원을 속여 2,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탕감받고 감춰놓은 재산으로 다시 세모그룹 경영권을 찾아온 수법과 똑같다. 국회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주와 인수자의 관계를 철저히 확인해 차명 인수를 막는 방향으로 통합도산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개정 법률은 회생절차 기업에만 해당할 뿐 이번 사례처럼 워크아웃 기업에는 이렇다 할 견제장치가 없다. 관계당국은 신속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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