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다가구주택, 공공에라도 팔자"

시장서 안팔리자 LH·SH공사에 '매입임대'용으로 매도 문의 늘어


서울시내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은평구 역촌동의 K씨(43). 장사가 안돼 지난해 중순 대지 지분 210m²규모의 다가구주택을 중개업소에 8억2,000만원에 내놓았지만 해가 넘도록 찾아 오는 사람이 없어 속만 끓였다. 그러던 중 공공에서 '매입임대'용으로 다가구주택을 매입한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 서울시 산하 SH공사에 매도를 의뢰했다. 매도 가격은 7억8,900만원으로 몇 천 만원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금에 숨통이 뜨여 한숨을 놓게 됐다. K씨는 "감정평가액으로 집을 넘기다 보니 애초 팔려던 가격보다 낮아져 아쉽지만 시장에서는 도무지 거래가 안됐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K씨처럼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에 다가구ㆍ다세대ㆍ연립주택 등을 팔겠다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침체로 중개업소에 내놓은 매물이 아예 팔리지 않자 공공에 매입을 의뢰하는 것. LH와 SH공사 등 지방공사는 이를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한 부모(편모ㆍ편부)가족, 혼인 5년 이내 신혼부부 등을 위해 감정가에 매입, 시중 전세가의 30%선에 최대 10년간 전세를 준다. 다만 매입임대 가격이 시세보다 5~10%가량 낮아 문의나 접수에서 계약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10~30%로 낮다는 게 LH와 SH공사의 설명이다. 남상호 SH공사 보상4팀 차장은 "주택시장의 거래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매도의사를 비추는 다가구주택 소유자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시세와 감정가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감정가가 낮아 계약을 포기하는 매도 희망자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매입임대 물량으로 확보된 가구 수는 3만20가구(다가구주택은 보통 6~7가구가 한 동)이며 오는 2012년까지 추가로 2만3,000여가구를 더 확보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맞춰 SH공사는 올해 750가구의 매입임대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며 올 들어 4월까지 179가구(29동)을 매수했다. 하지만 이 기간 매도희망 서류 접수 건수는 2,583가구(397동)에 달했다. 권석원 LH 서울지역본부 주거복지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분양이 안된 신축 다가구주택을 사달라는 문의가 많았지만 올 들어서는 오랫동안 거래가 안된 다가구주택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