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SNS 괴담


1999년 12월31일 밤. 각국 정부는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는 환희를 뒤로 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못해 대재앙이 올 수 있다는 Y2K 오류 공포가 진원지. 모두 초긴장하며 해를 넘겼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40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자금을 허비하게 만든 Y2K 괴담은 이렇게 막을 내리며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공범이 됐다.


△현대 사회에서 괴담은 너무도 익숙한 존재다. 이슈가 터질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여기저기서 솟아난다. 처음에는 단순한 루머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그럴듯한 근거까지 동원돼 사실보다 더 사실 같아진다. 정부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소용이 없다. 1973년 2월8일 경범죄처벌법 개정 이후 유언비어로 많은 이가 벌을 받았지만 괴담은 늘어나기만 했다. 광우병 괴담을 사라지게 한 것도 처벌이 아니라 결국 시간이 지나며 드러난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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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 무서운 것은 단순히 그것이 초래할 혼란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두려운 것은 진실보다 가공을 더 믿게 하는 불신과 현실에서 존재하는 희망의 상실이다. 1998년 '여고괴담'이 예상못한 흥행기록을 세운 것은 감독의 말처럼 '멀쩡한 학생을 귀신처럼 만든' 학교 교육에 대한 고발도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서민들의 좌절이 심어져서가 아닐까. 희망 꺾인 사회에서 괴담은 현실의 벽을 넘는 전파력을 갖기 마련이다.

△최근 철도와 의료산업 민영화를 둘러싼 괴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민영화가 되면 지하철 요금이 5,000원으로 뛰고 맹장수술비가 1,500만원이 된다는 등 대부분 근거 없는 것들이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겠지만 무엇이 부족했기에 이 같은 일이 끊이지 않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뢰와 희망이 있고, 소통이 잘되는 사회에서는 괴담이 판칠 수 없을테니.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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