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새 화학물질 규제법안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EU 25개 회원국 환경장관들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REACH(리치ㆍ화학물질 등록과 평가 및 승인)’로 불리는 새 화학물질 규제법을 승인했다.
새 법은 오는 2007년 상반기까지 각 회원국에서 발효된 후 2008년부터는 본격 적용된다. 이로써 비누, 어린이 장난감, 식품첨가제, 건축재료, 차량, 컴퓨터 등 광범위한 생산품에 사용되는 약 3만여종의 화학제품과 물질의 안전성을 기업들이 입증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1만3,000여종의 화학물질은 자동으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하고 생산업체들은 핀란드 헬싱키에 설립될 감독기구에 보유 화학물질 등록절차를 11년 내에 모두 마쳐야 한다. 고위험성을 내포한 화학물질 약 2,000종에 대해서는 대체물질로 교체하거나 대체물질 개발계획을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적절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김상훈 EU대표부 환경관은 “새 법은 국내 산업계에 막대한 부담이 된다”면서 “기존 환경규제와 달리 리치는 규정 자체가 방대하고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전 제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영향 범위가 매우 넓다”고 지적했다. 최흥진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EU가 추진하는 가장 큰 무역장벽”이라고 분석했다.
리치 기준에 등록하는 비용만도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기준미달로 등록에 실패하면 수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리치에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화학물질 정보 및 화학물질안전성 보고서 등 등록서류 작성에 필요한 정보ㆍ능력,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리치 관련 시험가능 항목은 22개에 불과하지만 리치의 시험항목은 53개나 된다. 결국 유럽 수출을 위해서는 외국 시험기관에 큰 돈을 들여 성분분석을 맡겨 등록을 추진해야 할 형편이다.
환경부는 최근 리치대응추진기획단을 운영하면서 업종별 전담 전문가로 구성된 ‘도움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리치 전용 홈페이지(www.reach.me.go.kr)도 구축했으며 EU 대표 수출업종별로 5~6개 분과를 구성해 대응협의체도 구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