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기업 부장이 고른 '신형 K7' 의외네

"동급이면 배기량 적은 모델로"… 자동차 엔진 다운사이징 바람<br>재력 과시 목적보다는 용도 맞게 합리적 선택<br>그랜저·K7 작년 판매 2.4 모델이 최다 기록 일부선 고배기량 단종

기아자동차 전시장에서 영업직원이 고객에게 K7 차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K7과 같은 준대형 이상 차급에서는 엔진 배기량이 낮고 옵션이 적은 저사양 모델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대기업 부장이 고른 '신형 K7' 의외네
"동급이면 배기량 적은 모델로"… 자동차 엔진 다운사이징 바람재력 과시 목적보다는 용도 맞게 합리적 선택그랜저·K7 작년 판매 2.4 모델이 최다 기록 일부선 고배기량 단종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기아자동차 전시장에서 영업직원이 고객에게 K7 차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K7과 같은 준대형 이상 차급에서는 엔진 배기량이 낮고 옵션이 적은 저사양 모델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대기업 부장인 윤모씨는 지난해 말 신형 K7으로 차를 바꿨다. 그는 당시 2.4 모델과 3.0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다 2.4 모델을 선택했다. "솔직히 예전에는 좀 있어 보이려고 2.4를 사서 엠블럼은 3.3으로 바꿔 달기도 했는데 이제는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며 "어차피 2.4 모델에도 웬만한 사양은 다 들어가 있는데 굳이 더 비싼 것을 살 이유가 있냐"고 반문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소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윤씨처럼 동급에서 배기량이 적고 사양이 낮은 모델을 선택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완성차 브랜드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적극 반영해 최근 배기량이 높은 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단종시키는 등 트렌드 변화에 순응해나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그랜저는 국내에서 총 6만8,953대(이하 LPG 판매대수는 제외)가 팔렸는데 엔진 크기가 가장 작은 2.4 모델이 4만241대로 전체의 58.4%를 차지했다. 중간 사양의 3.0 모델은 2만7,433대(39.8%)가 판매됐고 최고급 3.3 모델을 선택한 경우는 1.8%(1,279대)에 불과했다.

그랜저의 판매량은 2009년에 6만3,429대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진 것은 최저 사양을 선택한 비중이다. 당시에는 중간급인 2.7 모델(5만4,433대)이 전체의 85.8%로 가장 많이 팔렸고 최저 사양인 2.4는 7,050대로 비중이 11.1%에 불과했다.

그랜저는 2009년에 구형 TG가 2.4, 2.7, 3.3의 3개 모델로 판매됐고 2011년 신형인 HG로 바뀌면서 기존 2.7이 3.0으로 변경돼 역시 3개 라인업으로 출시되고 있다. 동일한 3개 모델이 판매되지만 소비자의 선택은 확 달라졌다. 과거에는 중간 크기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잘 팔렸으나 최근에는 최저 배기량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다른 모델에서도 소비 패턴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랜저와 동급인 기아차 K7도 2009년에는 10대 중 8대가 중간급의 2.7 모델(79.1%)로 팔렸으나 지난해에는 가장 낮은 2.4 모델이 비슷한 수준인 77.7%로 판매됐다.

관련기사



현대차 제네시스는 3.3의 선택 비율이 2009년 84.9%에서 2012년 92.1%로 증가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새롭게 최고급 모델로 출시된 K9이 3.3과 3.8로 판매되고 있으나 74.0%가 3.3을 선택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한국닛산의 알티마는 지난달 2.5가 102대, 3.5가 6대 팔렸다. BMW코리아도 GT의 기존 모델(3.0d)보다 배기량도 낮고 1,000만원 정도 싼 ED 모델이 더 많이 판매된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전에는 가격 대비 퍼포먼스가 좋은 3.5도 제법 팔렸지만 이제는 2.5를 많이 찾는다"며 "영업할 때도 2.5 모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고객들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재력을 과시하는 목적보다는 본질적인 이동수단으로의 용도에 맞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랜저의 경우 가장 낮은 2.4와 최고급인 3.3의 경우 가격 차가 최고 1,000만원이 넘지만 2.4 모델로도 충분히 차량이 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급 모델에는 기본적인 기능의 차이가 없고 가장 큰 차이는 엔진 사양"이라며 "경기불황에 따라 연비 등을 고려해 엔진 크기가 낮은 모델을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의 기술력 증가도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완성차 브랜드는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의 발달로 낮은 배기량으로도 고배기량 엔진의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그랜저의 경우 구형인 TG(2010년형) 2.4는 최고 179마력이지만 신형인 HG(2013년형) 2.4는 201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시장 변화에 따라 일부 브랜드에서는 고배기량 모델을 단종시키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SM3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기존 1.6과 2.0에서 2.0 엔진의 생산을 중단했다. SM5도 뉴 SM5 플래티넘으로 바뀌면서 2.5 모델은 사라지고 2.0 모델만 남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고배기량 엔진의 모델은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잘 팔리는 쪽에만 집중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