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세대 퓨전 메모리 ‘플렉스 원낸드(Flex-OneNAN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퓨전 메모리는 정보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ㆍ제어 기능을 가진 논리회로와 소프트웨어까지 하나의 칩에 집적해 각종 디지털 기기의 소형화와 슬림화는 물론 비용 절감까지 도모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플렉스 원낸드라는 원칩 솔루션으로 최대 50%까지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처리속도는 기존 반도체보다 5배나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퓨전 메모리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나 부분적인 기능 통합에 머물렀다면 플렉스 원낸드는 모바일 기기 생산업체가 메모리 용량과 정보처리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속도가 빠른 SLC 낸드플래시와 저장용량이 큰 MLC 낸드플래시를 결합해 하나의 칩에 구현함으로써 뮤직폰처럼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면 MLC 비율을 높이고 스마트폰처럼 성능이 좋은 휴대폰을 만들려면 SLC 할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세트 업체에 제품 개발의 주도권을 넘겨준 것이다. ‘세계 최초의 사용자 주도형 반도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연유다.
당장 다음달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플렉스 원낸드는 오는 2012년 10억달러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이 언급했듯이 삼성전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PC 시대를 인텔이 주도한 것처럼 모바일 시대를 삼성이 주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바일 기기의 융ㆍ복합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퓨전 메모리 개발로 모든 모바일 기기에 ‘삼성 인사이드(inside)라는 로고가 붙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MCP(Multi-Chip Package)를 시작으로 2004년 원낸드 발표 등 퓨전 반도세 시대를 선도해온 삼성전자가 2011년까지 퓨전 메모리 반도체만으로 10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것도 ‘삼성 인사이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40나노 공정의 32기가비트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는 등 반도체 집적도를 해마다 높이는 기술력을 과시해왔다. 이제 고객 맞춤형 원칩에서도 확실한 개발 주도권을 잡은 만큼 ‘삼성 인사이드’ 시대가 성큼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